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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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뭐에 대한 책일지 감이 딱 왔다. 나 자신에게 잘못된 역사 상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다시 보는', '뜻밖의', '바로 읽는', '미처 몰랐던' 조선사 상식이라는 네 항목의 대단원 아래 여러 개의 소단원을 두는 형식으로 편집해 놓았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각 대단원의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전체를 크게 4개의 항목으로 나눈 것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또 대단원 아래 여러 개의 소단원은 일정한 서술 형식을 가지고 있다. 소제목은 항상 질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질문 형식의 긴 제목은 글의 내용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본문은 기사문처럼 리드하는 부분이 맨 앞부분에 놓여 있고 이후 설명적이거나 혹은 설득적인 논지의 글이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따로 박스를 마련해서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거나 혹은 참고할 만한 또 다른 상식 이야기를 수록해 놓았다.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가볍지 않은 두께의 책의 형식이 위에 설명한 방식대로 똑같이 편집돼 있다. 각 소단원의 제목을 보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을 거 같은데(실제로 흥미로운 부분도 상당히 많기는 하다.) 읽다 보면 지루해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같은 말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부분으로 지적할 수 있다. 원래 한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한 글을 모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신문이나 잡지의 한 코너로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책으로 묶어서 쭉 읽어가기에는 조금 답답한 부분들이 있다. 딱 한 가지만 더 지적하자면 별 의미없어 보이는 제목으로 묶기보다 연대별로(조선 초, 중, 후기) 묶었다면 조금은 더 나았을 거 같다.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는 제 1장에 다른 하나는 제 4장에 나오니 영 이상한 느낌이 든다.

 

지루한 감이 좀 있기는 해도 이 책과 조우하는 동안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인물만 소개해 보자. 그는 바로 청백리의 상징 황희 정승이다. 혹시 황희, 그가 두 차례에 걸쳐 변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첫 번째는 고려 - 조선 교체기에, 두 번째는 양녕 - 충녕 세자 교체기였다. 작가는 이를 줄을 잘못 섰다는 말로 표현했는데 실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황희는 두 번이나 줄을 잘못 선 것이다. 그럼에도 이후 그의 관운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진정 아이러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여러 요인을 지적했는데, 궤도 수정을 재빨리 한 점, 미시적 판세를 잘 분석한 점, 입이 무거워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사에 전해져 오는 대로 성격이 둥글둥글 원만한 사람이었다는 점 등이다. 성격 좋은 사람치고 비빌 언덕 없는 사람 못 봤다. 황희의 모나지 않은 성격이 그의 관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를 전공했거나 따로 공부하고 있거나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 대중들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할 수밖에 없다. 과학도가 아닌 사람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역사만큼 우리의 관심이 요구되는 분야도 없다. 바른 역사 세우기가 없다면 미래는 모래 위에 쌓은 집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역사 전체를 통찰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키우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지적하고 마치겠다. 혹자들은 사극이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문제를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픽션일 뿐이다. 그냥 즐기면 된다. 다만 실제와 유사를 혼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꼭 이런 책들도 함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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