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우리 역사 - 단군에서 전태일까지 새롭게 쓴 한국사 서해역사책방 4
역사학연구소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단군에서 전태일까지 새로 쓴 한국사'라는 부제가 달린 책. 새로 쓴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어떻게 다른가? 어떤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새로 썼을까? 책 겉표지를 보니 이런 의문들이 생긴다.

 

지금껏 역사와 관련해서 읽어본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부끄럽고도 아쉬운 일이다. 학창 시절 국사는 나에게 외워야 할 것이 많은 지겹고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특히 고교때 차별이 심하셨던 국사 선생님을 나는 무척 싫어 했다. 그래서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으로만 참여했던 거 같다. 그 이후로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계기는 나에게 없었다. 그러다가 올 초 친구가 선물해 준 '강의'를 읽고 신영복 교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의 이력을 통해 나는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리영희님의 '대화'도 역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한 큰 원동력이 되었다. 카페에서 여러 역사서들에 대한 서평을 읽으면서 역시나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권은 역사 관련책을 읽어야지, 결심했는데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며칠 전 구입한지 석 달이나 된 이 책을 나는 손에 잡았다. 다른 책에 밀렸던 이 책이 '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한 주일 전에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을 읽은 덕이다. 이윤기님과 한홍구님의 강의에 고무된 결과다. 역시나 책은 책을 낳는다.

 

책의 구성은 크게 원시공동체, 고대사회, 봉건사회, 근현대사회의 4단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문헌과 자료가 비교적 풍부한 봉건사회와 근현대사회 부분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우리 역사 왜곡을 생각하면 고대사 문헌 부족이 안타깝기만 하다. 책의 지면 중간중간에는 유적이나 유물 사진, 지도나 간단한 연표 혹은 통계표가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고 때로는 삽화를 끼어 넣어 본문 이해를 돕고 있다. 간혹 시나 노래 가사를 중간에 삽입하기도 했는데 이는 딱딱한 느낌의 책 속에서 잠시 쉬고 의미를 더 깊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북한의 역사에 관해 다룬 부분이었다. 비록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했지만 맥락을 훑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의 뒤쪽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서양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된 연표가 있고 고대부터 시대별로 정리된 왕조 계보와 찾아보기가 있다. 표지와 속지 디자인이 무척 고급스럽다. 내 역사 공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기 때문에 책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할 정도는 못된다. 다만 서해문집에서 나온 책들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디자인과 이 출판사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가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서평도 책을 간략히 소개하는 수준밖에는 못된다. 그럼에도 부족한 서평을 쓰는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이 서평을 읽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저 개인적인 욕심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쓴 책이 아니다. '역사학 연구소'에서 여러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펴낸 책이다. 머리말에 말하기를 1980년대까지의 격동의 세월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좁은 연구소 공간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쓰고 돌려 읽고 고치기를 수없이 되풀이한 끝에 '민중의 역사'로 세상에 선 보인 것이라 한다. 과거로 돌아가 민중의 피와 땀의 역사를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일이 오늘을 사는 지혜와 내일에 대한 교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1년 초판이 발매된 이후 10여년만인 2004년에 개정을 한 책이기에 1990년대 이후의 역사는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적 안목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미래의 발전된 역사를 위해서다. 이 책은 역사가 움직여 나가는 원리와 법칙을 바르게 인식함으로써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역사는 세상을 바로 보고 올바로 살 수 있는 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역사에 대한 무관심만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 국정 교과서가 누구의 관점에서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교과서 역사는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다원적 진실에 바탕을 둔 객관적인 역사관과는 거리가 먼, 거짓과 기만에 가득찬 지배계급의 역사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의 국사 교과서는 어떤지 몰라도 확실히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역사 교과서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사뭇 다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_- 역사는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변화, 발전의 법칙성을 알아야 하고 실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은 물론 역사 발전의 주체가 누구인지 꼭 알아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그렇다. 이것이 바탕이 되었을 때 우리는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군에서부터 전태일까지. 민중의 역사는 처절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들꽃이다. 억눌리고 짓밟히면서도 끊임없이 피고 또 피어났던 '민중'이라는 들꽃이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너무도 눈물겹다.(이런 상투적인 표현 밖에 쓸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견과 고정관념,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의 부족 그리고 잘못된 역사 인식이 얼마나 무섭고도 엄청난 결과를 불러 오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 줄을 긋거나 메모를 자주하는 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메모를 하고 줄을 그어댔는데 지금까지 책을 읽으며 이토록 감정적인 메모는 해 본 적도 없고 이렇게나 자주 줄을 그은 적도 처음이다. 줄을 그을 때마다 메모를 할 때마다 뒷골이 뻣뻣해진다. 감정적이 되어 버린다. 감정적인 것은 어떤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말았다.

 

내 사고의 지경地境을 넓히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인식을 변환시키는 일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실천의 문제에 대해 나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책을 읽는다. 깨달음과 작은 실천, 사람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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