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며칠을 제외하면 휴가가 따로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도 내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여행을 그것도 해외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을 그만 두지 않는 한 내게 기회는 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접경험이라도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지난 6월 일본에 다녀왔다. 정확하게는 도쿄에 다녀온 건데 10년 전에 유학 가서 눌러 앉고는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마침 기회가 좋았다. 현충일이 금요일이라서 3박 4일 일정으로 후닥닥 다녀왔다. 녀석은 거기서 공부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완전히 정착해서 잘 살고 있다. 출국하기 전 일본 여행과 관련된 책을 두 권 읽었다. 한 권은 말 그대로 완벽한 여행 안내서. 출국하는 법부터 가볼만한 곳과 먹을 만한 곳, 쇼핑할 곳, 숙박 시설 등을 상세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적어 놓았다. 그렇지만 너무 딱딱한 느낌을 줘서 정이 가지 않았다. 또 한 권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손미나의 <태양의 여행자>였는데 글쓴이의 감상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 원하는 여행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 직딩 틈나는 대로 떠나라>는 딱딱한 여행 안내서와 감상 위주의 여행 에세이의 중간쯤을 차지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필요한 정보는 다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자신의 감상이 잘 곁들여진 책이라고 말하면 딱 알맞을 거 같다. 그래서 부담 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은 총 3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여행 준비에 관한 부분과 도쿄, 오사카, 홍콩, 방콕,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소 여행지 베스트 7을 선정해서 각각의 여행지에 대한 알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예쁜 사진도 많고 여행 팁도 중간중간 상세하게 소개돼 있어 읽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 책자로 제법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나 홍콩 등은 3박 4일 일정으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짧은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사실 제대로 둘러 보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가는 게 좋기는 하다. 친구 보러 도쿄에 갔을 때 도쿄 외곽에 있는 하코네 료칸에서 1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코네까지 가서 1박을 하려면 하루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한데 일정을 늘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비행 시간이 긴 유럽쪽은 최소 6박 7일 이상 잡아야 한다. 그리고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도 알차게 돌아보기 위해선 계획을 잘 세워둬야 한다. 이 책은 일정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다. 어떻게 움직이는 게 더 유리한지 루트를 정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처음 여행하거나 전에 여행을 가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여행지 중 내가 눈여겨 본 곳은 두 곳. 바로 프랑스와 베트남이다. 프랑스만큼 사람을 끌어 당기는 나라도 없다. 작가가 소제목에도 썼듯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프랑스가 아니면 보낼 수 없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서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베트남, 내면을 가다듬을 신념이 필요할 때 가보라고 작가가 추천한 곳이다. 베트남의 아픈 역사를 생각해보면 마음을 새롭게 하는 데 그 땅의 공기가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여행은 국내 여행이다. 언젠가 자동차로 전국을 접수하는 것이 내 목표다. 서쪽을 시작으로 남쪽을 경유해 동쪽까지 반도를 따라 쭉 돌아보는 것.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도해보고 싶다.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다면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돈이나 시간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작가의 말이 도전이 된다. 잘 준비해서 도전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