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를 모토로 세계 각지를 탐험한 후 그 모험담을 책으로 써내는 '변경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 한마디로 줄이면 오지 탐험 작가란 소리다. 그가 써 내는 작품들이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란 새로운 장르로 분류되며, 이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 역시 다카노 자신이라니... 굉장히 신선하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란 장르는 어떤 장르인가? 간단히 말하면 80%의 실제 경험과 20%의 작가적 상상력이 들어가는 소설 아닌 소설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에세이에 가까운 글 같기도 하다. 실제로 한 포탈 사이트에서는 이 책의 장르를 여행 에세이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 책의 장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만사 오케이!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과 조우했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표지가 정말 무벰베스럽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욱 무벰베스럽다. 여기서 나는 '무벰베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무척이나 난감할 것이다. 왜냐면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내가 왜 무벰베스럽다고 말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공감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그 느낌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그런 느낌, 그 느낌을 나는 무벰베스럽다고 표현한 것 뿐이다. 어휘력이 딸려서 더는 설명을 못하겠다. 아무튼 그렇다. 

앗, 그러고 보니 성격 급한 몇몇 사람들은 또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이 뭐야? 그 괴수를 찾았다는 거야, 못 찾았다는 거야?" 
그러나 그 역시 대답할 수 없는 성질의 질문이다. 다만 나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독특한 소재의, 특별한 작품임은 물론이고 읽는 내내 즐거운 데다 얻는 게 너무도 많은 책이기 때문이다.  

탐험대원 중에 다무라 오사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다무라는 콩고에 머무르는 내내 말라리아에 잠식 당해 아무 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사람이다. 그가 돌아와서 한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절대적인 것이 있다면 일이나 꿈 같은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고, 그 핵심에 있는 것이 가족이다." 

그는 말라리아 때문에 텔레호에 머무르는 동안 한번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거창한 목표를 위해 다들 제 할 일로 바쁜 중에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 시간에 밥을 챙겨서 가져다 주고 때 맞춰 약만 먹인다고 그를 신경쓰는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프고 괴로운 상황에 놓이면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다. 그러나 그는 고독 속에 버려졌다. 어쩌면 다무라는 몸을 움직이기 힘든 고통보다 외로움을 견디기가 더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랜동안 아파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꿈이나 일보다 더 중요한 건 '관계'에 있다는 다무라의 말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혹시 나도 주변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리더였던 다카노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미안해 하는 듯하다. 다무라의 일로 그는 좀 더 성숙한 리더가 됐을 것이다.  

사실 대학생의 신분으로 괴수 찾으러 콩고까지 날아간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못할 거 같은 일들을 척척 해낸다. 예상 못한 난감한 상황들이 생길 때마다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참가했던 대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 자체가 모험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험, 탐험 이야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책들 중엔 <빨강머리 앤>이나 <작은아씨들> 같은 아기자기한 소녀 스타일의 책들도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되는 소년적이며 모험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들도 많았다. <15소년 표류기>나 <80일간의 세계 일주>,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같은 작품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책들이 자주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탐험가라고. 인생이라고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탐험가라고. 그러니 때로는 잘못해서 표류는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좌초되지 않을 만큼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정말 즐겁고 알찬 시간이었다. 이런 류의 책을 또 만나고 싶다. 지금 세상에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는 미미여사의 추천사에 깊이 공감하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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