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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라이츠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알래스카가 주는 감동은 비단 그곳이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진짜 자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이 책을 통해 광활한 알래스카 땅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알래스카 환경 운동가 셀리아와 지니, 핵 실험을 위한 채리엇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던 빌 프루이트, 현대화되어 가는 알래스카에서 전통적인 삶을 고집하는 백인 가족 캔트너 일가, 알카트라즈에서 인디언 투쟁을 주도할 정도로 백인을 증오했으나 이를 뛰어넘고 백인 여성과 결혼한 알 스티븐스 그리고 뛰어난 고래 사냥꾼으로 포인트 호프 마을의 미래를 주도할 에이모스까지...
특히 채리엇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던 빌 프루이트의 결단과 용기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결국 알래스카에서 추방당한 그는 더이상 미국 내에서는 살 수가 없어서 캐나다로 이주해야만 했다. 양심을 지킨 대가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깊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했을까.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던라이츠는 원래 북극광인 오로라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책에 오로라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나는 왜 제목이 <노던라이츠>일까 궁금했는데, 역자 역시 같은 의문을 품었던 거 같다. 역자는 곧 노던라이츠는 호시노가 만난 모든 알래스카인들이란 결론을 내린다. 나 역시 역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알래스카를 비추는 진정한 빛은 '그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이란 호시노 미치오의 생각은 그가 알래스카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말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알래스카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 한 권의 책에 녹아 있는 듯하다.
저자가 만났던 노던라이츠들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만이 아니라 비록 흑백이지만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모두 순박하면서도 건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일들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를 건강한 에너지로 바꿀 줄 아는 지혜로운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은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알래스카. 코 끝이 맵도록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날씨다. 어릴 적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 공기조차 얼어붙은 거리를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기억이 아련하다. 나는 늘 그런 겨울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했던 그 겨울은 이제 더이상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추운 줄 모르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 싸움을 하고 눈을 맛보던 그 기억들이 아픈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