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은 내게 골치 아프고 어려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쉽게 쓰여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을 움직여 온 경제학 이론과 그 배경을 알아야 세상을 바로 볼 힘을 조금이나마 더 얻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바로 내게 그런 중대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는 한 명도 아니고 무려 12명의 경제학 천재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렸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에서부터 세계화 비판자들의 스승 조지프 스티글리츠까지 이 책에 언급된 12명의 경제학자들 중 내가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다면 칼 마르크스, 존 케인스, 피터 드러커, 존 내쉬 정도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어이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들의 책을 읽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면 또 어떤 이들은 마르크스나 피터 드러커의 책도 읽어보지 못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대답 역시 'No'이다. 그러니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12명의 천재를 한꺼번에 만났다는 사실이 나에게 호사라면 호사랄 수 있다.

세계 역사는 경제 흐름 속에서 변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기 위해 꼭 알 필요가 있는 분야임에도 내가 이 분야를 터부시해 온 이유는 순전히 수학 때문이다.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한데 문제는 내가 수학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학적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싫어하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제목에서도 대강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책이 결코 아니다. 경제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에 그들이 주장하는 이론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과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가족관계, 학문적 성과(심지어는 성적 취향까지-_-)를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깊이 있는 배경지식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뭐,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한 가지 고백하자면 경제 분야에 대한 그들의 학문적 성과보다는 그들의 인간적인 부분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는 게 옳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재미있으며 흥미롭기까지하다. 우습게도 내 완독의 비결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날림으로 읽은 책임에도 경제학에 대한 흥미 이상의 관심이 생겨 버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칼 마르크스와 아마르티아 센이 궁금해졌고 피터 드러커를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특히 드러커가 남긴 말 중 "결국 단 한 사람만을 경영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영진은 극히 드물다. 이 한 사람은 바로 자기자신이다."라는 말은 나를 그의 세계로 이끄는 자기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산책의 끝에 즐거움이 남아 기쁘다. 혹 다음은 무시무시한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흐르는 땀의 수고만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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