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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중고등학교 국어 수업과 수능 언어 시험은 항상 비판과 질타의 대상이 된다. 문학을 문학으로서 감상하지 못하게 하고, 시험과 평가만을 위한 무의미한 분석 작업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 부분은 반박하기 어렵다. 교과서 속의 문학이 정말 마음을 두드려온 것은, 교과서를 처음 받고 막 읽어내려갈 때랑, 공부 목적 없이 우연히 꺼내들어 읽었을 때였다. 그런데 가끔은 문제 의식이, 작품을 분석하는 일 자체를 비판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작품은 그저 생눈으로, 날것으로 꿀꺽 삼켜야 한다는 듯이.
그렇지만 문학의 분석은 그 나름으로 의미있고, 그보다도 흥미로운 일이다. 시든 눈으로 그저 훑어내려갈 때와 의미를 찾아 헤맬 때는 얼마나 다른가.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다는 거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국어 시간에 배운 틀도 충분히 활용해 봄직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것만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것도 두근거리는 일이다.
<전을 범하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 전래동화와 고전들을 다시 해석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동전의 뒷면이 드러날 때는, 아 왜 이렇게 생각은 못 해봤던가, 하고 전율하게 된다. 단순히 눈을 크게 뜨고 읽는 것으로는 읽을 수 없는 부분들, 소설의 다른 판본과 역사적 변화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들이 어렵지 않은 이야기로 둔갑해 풀려나온다. 재밌다.
한 가지 더. <전을 범하다>는 책 그 자체로 소장 가치가 풍부하다. 표지와 종이의 질감,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배치와 느낌 있는 무늬 간지들이 정말로 아름답다. 이런 책을 만든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을 위한 책 추천 레퍼토리에서 은퇴시킬 수가 없는 책이다. 독서, 가능하면 소장을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