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호밀밭 > 푸딩처럼 촉촉하고 맛있는 음악
Pudding - If I Could Meet Again
푸딩(Pudding) 연주 / 스톰프뮤직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봄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조금 지루해졌었는데 그때 귀를 열고 음악을 들었다. 나는 지루한데 음악은 참 평온하고 발랄했다. 연주곡이 왠지 외국 음반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녕>이 흘러나오고 저 음반이 뭘까 생각했었다.

카페를 나올 때 기어이 음반 이름을 알아 가지고 돌아왔었는데, 그때 티슈에 적어 온 음반 이름은 pudding이었다. 순간적으로 그 스펠링 조합을 읽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푸딩이었다. 아, 그 먹는 거. 어 왜 이름이 그럴까 생각했었다. 아마도 촉촉하고, 달콤한 음악이라는 뜻이었을까. 난 그렇게 받아 들였다. 주로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는 음식, 위에 부담을 안 주면서도 맛있고, 모양도 예쁜 음식이 푸딩이다. 음식과 음악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위를 채워 주거나 마음을 채워 주거나 배부른 건 마찬가지이다.

음반을 사고 속지를 보니 다섯 명의 멤버들이 고마운 사람들을 죽 나열해 놓았다. 사진은 없었지만, 부모님과 친구들을 챙기는 글들을 보니 아직 풋풋한 청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가만한 음악이 있다. 뭔가 카페인이 섞인 듯한 중독성 강한 음악도 매력있지만 듣고 있다는 실감보다는 듣는 동안 마음이 먼저 알고 느끼는 음악도 좋다. 시원한 생수같은 음악이라고 해야 할까. 

첫 번째 곡은 아주 조용히 시작된다. 요란하지 않은 왈츠곡이 흐르는 듯하고, 가만히 누군가 손을 내미는 듯하다. 정말 춤을 출 수 있는 곡은 아니지만 발이 살짝살짝 움직여지는 곡이다.
긴박감이 느껴지는 도입부가 지나가면 한없이 편안해지는 두 번째 곡, 다양한 느낌이 섞인 듯하다. 중간에 통통 튀어서 강약을 주는 음악이 세련되게 들린다. 급박하게 끝나는 느낌도 성급하면서도 젊게 느껴져서 좋다.

세 번째 곡 <안녕>은 익숙한 가사인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로 시작된다. 그리고 곧 편안한 연주로 넘어간다. 친구들 전학 갈 때 부르는 노래처럼 알려져 있지만 이 노래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보물섬이 죽었을 때 나오는 노래이다.
신나는 기분, 달리는 기분이 느껴지는, 콧노래가 나오는 듯한 네 번째 곡을 가장 좋아한다. 흥얼거리는 듯한 노래, 가사 없이 이어지는 곡, 그렇다고 랄랄라는 아니지만 즉흥적인 듯한 코러스는 참 편안하다. 들으려 하지 않아도 되는 목소리의 조화가 매력있다.
신나게 항해하던 배가 잠시 숨을 고르듯 다섯 번째 음악부터는 느낌을 달리 한다. Ave Maria란 제목 때문일까. 고요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음악이다.

일곱 번째 곡은 슈베릴라라라고 들리는 코러스가 재미있다. 난 내가 모르는 외국어를 들을 때는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음반에 있는 코러스들이 그렇다. 경쾌함도 좋고, 그 가벼운 느낌이 좋다.
아홉 번째 곡은 쉬어 가는 분위기로 마음을 한 번 눌러 주는 듯하다. 원래 피아노는 흘러가는 물소리 같기도 하고 마음을 콕콕 찍어 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곡에서는 두드리듯 찍어 주기 보다는 그냥 스치듯 지나간다. 바람소리같은 피아노 소리가 쉬엄쉬엄이라고 말하는 듯한 곡이다.

소풍을 가는 듯한 가벼운 코러스가 매력적인 열 번째 곡은 둘둘랄라식의 코러스가 나오는데 통통 튀는 듯한 음악이 좋다.
열세 번째 곡은 어린아이가 노래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합창이 이어진다. 의외의 곡인데 아이들의 노래는 천사들 목소리 같다. 천사들이 Don't worry, be free라고 또박또박 말해 주니 세상 일이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이다. 그런데 제목을 보니 레퀴엠이다. 아마도 죽은 자를 위해 부르는 노래인듯하다.

전체적으로 참 촉촉하게 느껴지는 음악들이다. 아침에 들어도 어울릴 듯하고, 자기 전에 들어도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들이다. 푸딩과 같이 달콤한 맛, 하지만 푸딩에 들어가는 설탕에는 중독이 되지만 이 음반 속에는 그런 단맛은 없다. 입안을 상쾌하게 해 주는 향이 들어있는 것처럼 상쾌한 맛이 난다고나 할까. 중독되지 않는 음악들이 좋다. 착해지는 기분이 드는 음악들, 만든 사람들도 아주 착할 거라 생각된다. 음악을 듣는 나도 조금은 착해져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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