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로 변한 찰리 찰리 시리즈 3
샘 코프랜드 지음, 세라 혼 그림,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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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소풍에 늦었다! 교장 선생님이 절대 절대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늦고 말았다.

후다닥 콘플레이크를 흡입하고 코트를 대충 걸치고, 점프해서 신발을 쏙 신고(사실 점프해서 신기가 잘 안돼서 27번 하다 늦었다) 문을 박차고 나가 자전거를 타고 가려 했는데 타이어에 압정 네 개가 꾹!

어쩌지... 그래 방법은 하나. 동물로 변해서 학교로 빨리 가자. 누군가에게 들킬 수도 있지만 위급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찰리는 눈을 꼭 감고 세상에 가장 빠른 동물을 상상했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나는 큼직한 날개를 가진 검독수리를. 전기가 퍼지는 느낌이 들더니 점점 몸이 줄어들고 등에 날개가 자랐다. 어랏. 불안하게 몸이 계속 줄어드는데.. 다리 네 개에, 앞발 두 개, 투명한 날개와 수천 개의 작은 눈. 파리 아니야! 원하던 동물은 아니지만 파리도 쌩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무슨 냄새지? 맛있고 황홀한 이 냄새는 똥 덩어리 아닌가! 맛있게 똥을 맛보는 순간 커다란 검은 상자가 찰리를 집어삼켰다. 이 목소리는 호시탐탐 찰리의 정체를 폭로하려는 악당 딜런이 아닌가.

<매머드가 된 찰리>의 주인공 찰리는 동물로 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동물로 딱 변하는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동물로 변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게다가 찰리가 변신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 비밀을 폭로하려는 딜런이 호시탐탐 뒤를 쫓고 있다. 그런데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물론 동네 애완동물들까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증거가 찰리가 범인이라 말하고 있다. 심지어 찰리네 고양이 '위대한 고츠비'도 사라졌다. 혹시 내가 기억 못 하는 상태에서 곰으로 변해서 동물들을 해친 걸까? 찰리는 친구들과 힘을 모아 음모를 파헤치고 동물을 구하기로 한다.

이 책은 여느 아동 모험물들이 그러하듯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한다. 친구들도 착하지만 엉뚱한 짓을 하는 친구와 팩폭하는 친구와 똑똑한 친구이고, 이 똑똑한 친구는 늘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아이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구조지만 <매머드가 된 찰리>는 뻔하지 않다. 주인공은 엉뚱한 동물로 자꾸 변한다. 동물로 변하려면 슬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찰리의 슬픈 생각은 늘 싸우는 부모님이다. 즐거운 상상을 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데 찰리의 즐거운 생각은 친구들이다. 부모 입장에서 이 설정은 짠하니 마음이 좀 아팠다.

전작 <치킨이 된 찰리>와 <공룡이 된 찰리>를 읽지는 못했지만 아마 제목과 달리 치킨도 공룡도 되지 못했나 보다. 앞 부분에 항의하는 독자 편지를 보니.. 작가는 불쑥 책 속에 등장해 독자와 출판사 심지어 그림 작가와 실랑이를 한다. 이런 점이 책을 더 재미있게 한다. 예상을 뒤엎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상상력 그리고 작가의 유머 감각이 더해져 어른도 깔깔 재미있게 읽게 하는 책이었다. 뱀파이어 펭귄에 고양이 몸에 문어 다리라니 누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출판사와 약속한 것처럼 찰리는 매머드로 변해 사건을 해결했을까? 찰리는 악당 딜런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잃어버린 고양이 '위대한 고츠비'는 찾을 수 있을까?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도 깔깔 재미있게 읽을 책. 드라마 시리즈로 나오면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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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체로 죽더라도 선탠하고 싶어
고철구 지음 / 혜화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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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로데오 챔피언 케빈 하워드는 자기 입이 닿는 신체 부위를 천천히 먹어 치웠다. 먹는 속도가 느려 고양이 몸단장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좀 있다 보면 손목이 없고, 한참 있다 보면 팔뚝이 사라졌다. 3일째 되는 날, 전기 공급이 끊겨 더 이상 TV를 볼 수 없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남쪽 끝에 붙은 작은 마을 델머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를 하는 티모시는 창문과 출입문에 판자를 덧대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참혹하지만 현실 같지 않았다.

삼억 미국인이 좀비가 돼 버렸다. 미국인들은 좀비를 피해 캐나다로 멕시코로 떠났다. 델마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티모시는 떠나지 않았다. 빈 마을에는 소 울음소리만 가끔 들리고, 지평선 너머로 주유소가 터지는지 폭발음 뒤에 불꽃이 올랐다.

지평선이 부옇게 뜬 밤, 홀로 술을 마시던 티모시는 벽장 안에서 총을 꺼냈다. 총구를 입에 무는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뿌..빠빰..뿌..뿌..빰..’

오래전 그의 곁을 떠났던 아내 새라가 좀비가 되어 돌아왔다.

<변사체로 죽더라고 선탠하고 싶어>는 좀비가 나타난 세상에서 미국의 티모시, 탈북자 끗년과 일문 일금 형제의 이야기가 단편소설처럼 묶여 있다. 티모시와 아내 새라의 이야기, 탈북자 로사와 그녀의 할미의 할미의 할미의 할미...인 종가의 이야기, 그리고 닮은 곳 하나 없는 형제 일문과 일금의 이야기다.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들은 ‘좀비’로 인해 하나로 모인다.

처음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때는 <킹덤>이나 <워킹데드><나는 전설이다>처럼 좀비와 처절하게 싸우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좀비는 등장하나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죽이는 이야기도 아니다.

여느 좀비 소설을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책의 프롤로그에서 밀수꾼 김팔봉이 3박 4일을 끙끙거리다 산파 끗년 할멈의 도움으로 8미터짜리 긴 똥을 싸고, 할멈은 이 똥을 동이라 속여 팔아 그 돈으로 막내손녀 끗년을 탈북 시켰다는 이야기에 당황했다. 이 소설 뭐지.

미국이 좀비로 인해 지도에서 사라지고, 좀비의 체액이 만병통치약이라 소문나고, 좀비들이 쿵짝짝 쿵짝짝 왈츠를 춘다. 티모시는 좀비가 출몰한 세상이 참혹하지만 현실 같지 않았다 하는데,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은 황당무계한 상상이지만 현실 같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만드는 일을 오래 했는데, 논픽션이 힘들어 픽션의 세계로 도망쳐 퇴근 후 소설을 조금씩 썼다고 한다. 쓰다가 깨달았단다. 소설 속 세상도 논픽션이었다고, 세상이 논픽션인데 소설이라고 픽션일 리 없어고.

이 소설은 좀비처럼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고,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국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이든, 옛날 옛날 조선시대에 사는 사람이든,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탈북자든, 우애 좋은 형제이든 그들에게 놓인 삶을 가볍지 않다. 하지만 소설은 무거운 듯 무겁지 않다. 풍자와 해학 넘치는 저자의 입담이 깔깔대고 훌쩍거리며 비극과 희극을, 현실과 상상을 오가게 한다.

“미국은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그럭저럭 먹고, 그럭저럭 입고, 그럭저럭 자며, 그럭저럭 행복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럭저럭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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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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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는 말은 참 좋다. 선배와도 다르고, 누나라는 말과도 느낌이 다르다. 세상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세뇌시키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언니가 얼마나 좋은지. 술에 취해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나를 끝까지 옆에 앉아서 다독여 주던 사람도 언니였고, 갑자기 몰아친 외로움에 전화를 했을 때 한 시간 동안 하소연을 받아준 것도 언니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고, 함께 기뻐해 주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가방을 뒤지던 언니들. 10년 후 저런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 싶었던 언니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지은 기자의 <언니들이 있다>에 소개된 인물들도 그런 언니들이다. 여자에게 불평등한 사회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다른 여자들에게 길을 만들어준 언니들. 그녀들이 있었기에 조금은 살기 좋아졌고, 그녀들이 있었기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갱신하며 여대생들에게 롤모델이 되었던 언니 최인아,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공론화 시켰던 언니 최아룡, 현장의 여성학자 언니 이나영, 기록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언니 김일란, 풀뿌리 정치 운동을 하는 언니 이진순, 연세대란 간판을 버리고 장애 동생의 자립을 돕는 언니 장혜영, 하나님이 과연 이성애자만 사랑하고 동성애자는 사랑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언니 김인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언니 배은심, 첫 마음을 지키는 청와대 대변인 언니 고민정, 17년간 기자로 살다 옥상 화가가 된 언니 김미경, INF 때 한국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언니 박세리, 오늘이 아닌 내일을 꿈꾸는 언니 곽정은.

12명의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몇 번씩 책을 내려놓았다. 아픈 것도 싫고, 싸우는 것도 싫고, 그저 내 한 몸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심한 나에게 언니들의 도전은 부럽기도 하고, 삶을 반성하게도 한다.

내가 원하는 삶, 나를 부정하지 않는 삶,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녀들은 부단히 세상과 싸우고 부딪쳤다. 이런 언니들이 있기에 내가 좀 더 살기 쉬워졌다는 사실에 부채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이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골라 담은 것이다. 세상은, 사회는 여자이기에 약자로 취급했고, 소수자로 봤으며, 배제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그들은 ‘다르게 살기’로 맞섰다. 그들이 삶의 우여곡절과 고비, 세상의 유리 천장에 어떻게 응수했는지가 담긴 인생 실전이다. 그 끝에 얻은 행복의 비결 또한 응축돼 있다. - <인터뷰를 시작하며> 중에서

<언니들이 있다>는 자신을 찾기 위해 싸우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것이다. 혼자라 생각할 때는 외롭고 힘들지만, 함께라 생각하면 더 힘이 나지 않는가. 이런 언니들이 있어 고맙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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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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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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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부모의 말
요코미네 요시후미 지음, 김희연 옮김 / 스프링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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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육아서들이 말한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 괜찮다고 해주라고.

그래야 아이가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고..

그런데 <아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부모의 말>은 달랐다.

괜찮다는 말은 아이를 포기하게 만드는 말이란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니 더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육아서와 다른 얘기에 뭐지,라고 놀랐다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30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를 키워온 요코미네 원장은

아이들의 본능적인 욕구를 짚어주며 그 욕구를 적절히 자극해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말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 말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위한다고 하면서 아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응석받이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이 책은 아이가 혼자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요코미네 원장의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4살 아이도 혼자 책상에 앉아 글자 공부를 한다고 한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 일을 잘 해나가는 것이다.

거기다 자기의 재능을 찾아 행복하게 산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언제까지 엄마가 아이 뒤를 봐줄 수는 없다.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하면서 아이가 혼자 힘으로 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짜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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