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 - 39가지 논제로 ‘과학 토론, 수행 평가’ 완전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3
남숙경.이승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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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한 논술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 조사를 하고 개요를 작성하고 글을 쓰느라 몇 날 며칠을 고생을 했다. 애 쓰는 아이를 도와주고는 싶지만 엄마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가 있나. 필요한 책을 빌려다 주고, 기사를 찾아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논술 공모전 등의 대회는 자유 참여지만 학교 수행평가는 꼭 해야 하는 과제이고 점수에 반영이 되니 더 어려웠다. 주제를 주고 그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라는데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논술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다.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을 읽으면서 '아, 수행 평가 글쓰기는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서서히 감이 잡혔다. 이 책은 최근 4개년(2017~2020년) 전국 학교, 시도 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출제된 논제를 찾아 39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정리한 책이다.

 

과학 토론 대회는 해마다 과학의 달인 4월에 열리는 청소년 과학 탐구 대회의 한 종목으로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공통으로 개회되는 토론 대회다. 학교 대회에서 대표 한 팀씩을 선발해 지역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예선을 거쳐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전국 본선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대회는 2인 1팀으로 출전하며, 대회 당일 현장에서 제시된 주제에 대해 주어진 자료를 분석해 토론 개요서를 작성한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어떤 주제가 나올지 모르니 기본적인 토론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과학에 대한 지식,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논리력,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미리 과학과 관련되어 중요한 주제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주제에 따라 미리 알아두면 좋은 개념을 설명하고, 더 생각해 볼 주제를 제시한다. 또한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지구 온난화, 쓰레기, 인공 지능, 미세 먼지, 물 부족, 바이러스, 6개 주제는 개념 설명과 토론 개요서를 모두 수록했다. 그 외 33개 주제는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기 위한 개념 설명과 이를 토대로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도록 '생각 적용하기' 워크지를 수록했다. 특히 '생각 적용하기' 워크지는 그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Part 1에서는 지구 온난화, 쓰레기, 인공 지능, 미세 먼지, 물 부족, 바이러스 등 핵심 주제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Part2에서는 생명 공학, 인공 지능, 온난화 / 에너지, 생태 / 환경, 지구과학 / 과학기술 등 6개 주제로 33가지 논제에 대해 다룬다. Part3에서는 과학 토론 대회 준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은 책을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과학 토론 대회와 수행 평가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세스를 잘 익혀 생각의 근육이 튼튼히 자라면 어떤 문제가 주어져도 자기 힘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이다.

 

지구 온난화, 식용 곤충, 냉동 인간, 동물 실험, 줄기세포, 백신, 스마트 시티, 증강 현실, 인공 지능 로봇, 신재생 에너지, 기후 변화의 원인, 미세 플라스틱, 극지방 개발 등 39가지 주제는 비단 토론 대회 준비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다. 모두 최근에 이슈가 되는 주제들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다.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과학 상식으로 읽어도 좋고, 토론 대회나 학교 수행 평가 참고용으로 활용하기도 좋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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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탁석산의 공부 수업 - 공부의 기초부터 글쓰기, 말하기, 독서법까지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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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다

 

늘 영어가 콤플렉스였다. 중요한 순간에 영어 실력 때문에 발목이 잡였다. 읽기는 어떻게 하겠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12년을 공부해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는 못하는 우리나라 영어 주입식 교육의 산증인이다.

 

휴직을 하고 시간이 났을 때 제일 먼저 원어민 영어 회화 수업을 신청했다. 쉬는 동안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하나를 공부하면 열을 까먹었다. 도대체 단어도 문장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나빠진 모양이라고 포기했다.

 

그런데 <탁석산의 공부 수업>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안 하니 머리가 나쁜 거예요."라고 우아하게 뒤통수를 때린다. 눈이 번쩍 떠진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라고?

 

 

저는 이제 뇌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요> 같은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아서 머리가 나빠요>가 더 정확한 말 아닐까요. 계속 끈기 있게 공부한다면 놀라운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부는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기쁨과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공부하는 철학자의 공부 비법

 

탁석산 샘의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행복 스트레스>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이렇게 철학적 사유를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서 오랜만에 읽은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저자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아니 더 쉽고 명료해졌다.

 

탁석산 샘의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제목 그대로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다.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 1장 공부의 기초>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해 9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2장 공부의 활용>은 공부의 기초를 쌓은 후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시험 잘 보는 법, 글 쓰는 법, 말하는 법, 독서법을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더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공부법 책을 읽었다. 저자들의 약력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해'란 메시지를 전하며 과목별로 공부 요령을 알려줬다. 그런데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달랐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집중력은 25분 정도 지속된다든지, 반복해서 테스트를 했을 때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든지 여러 실험들을 토대로 공부가 제대로 될 수 있는 자세를 잡도록 도와준다.

 

공부의 기초

 

1. 기억력이 중요하다

 

저자가 공부에 있어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기억'이다. 기억이 없다면 추론할 수 없고 추론이 없다면 지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되도록 기억을 많이 축적해야 한다. 대부분 주입식 교육의 문제를 비판했는데 특이하게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외우는 것이 시작이라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창의력도 발휘되고 논리력도 발휘되는 거니까 말이다.

 

2. 시차를 두고 익히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억을 잘 할 수 있을까? <탁석산의 공부 수업>에서는 '시차 두기'의 중요성을 반복하여 강조한다. 시차를 두고 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자리에서 외우는 것보다 일곱 번 낯선 곳에서 마주쳐야 외워진다고 말한다.

 

또한 한 번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반복해서 테스트를 하는 게 장기 기억에 효과가 있다. 반복해서 테스트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뇌 안에서 연결이 단단해진다.

 

3. 잠을 잘 자야 공부를 잘한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여러 가지가 자신도 모르게 정리되어 아침이면 더 똑똑해진 기분이 든다. 실제 뇌과학의 연구에서도 잠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당연히 텅 빈 머리로 잔다면 뇌가 할 일이 없으므로 곤란하다. 학습을 하고 자야 하고, 다음 날 할 것을 머릿속으로 미리 정리해야 한다.

 

4. 25분 집중을 매일매일 연습하라

 

사람의 집중력은 25분이다. 25분간 공부에 집중하라. 일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계속 휴대폰에 신경이 가 있다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휴대폰을 관리하지 못하는 한 뇌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은 무너진다. 뇌를 쉬게 해야 필요할 때 뇌가 집중할 수 있다. 집중과 휴식은 한 묶음이다.

 

뇌를 쉴 때는 운동이나 조깅, 걷기, 춤, 버스 타기, 자전거 타기, 그림 그리기, 샤워나 목욕, 가사 없는 음악 듣기, 악기 연주, 명상이나 기도, 잠 등이 좋다.

 

5. 공부는 습관이다

 

공부를 잘하겠다는 의지는 생각하지 말고, 우선 낮아 공부를 시작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일단 앉아야 뭔가 알 수 있다. 처음 20분은 힘들지만 곧 고통이 사라진다. 이런 작업은 하루 이틀 연습해서 습관이 되지 않는다. 하기 싫어도, 잘 안돼도 끈기를 갖고 해야 한다.

 

시험 잘 보는 기술

 

시험을 볼 때 쉬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까,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까?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지만 뇌과학자는 어려운 문제부터 풀라고 한다. 우리 뇌는 이중 처리기로 어려운 문제를 풀다 쉬운 문제를 풀면 뇌는 한쪽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즉 다른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뇌는 아까 풀던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를 풀면 쉽게 풀어진다.

 

시험을 보기 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어려운 문제를 택해 먼저 1~2분 정도 풀어본다. 그러나 뭐가 어려운 문제인지 알려면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

 

시차 두기와 섞어 하기

 

책에서 소개하는 공부법 중 핵심은 '시차 두기'와 '섞어 하기'이다. 시차를 두고 계속 반복해서 기억을 강화시키고, 한 파트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파트를 섞어가며 한다. 이런 방법은 공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독서에도 글쓰기에도 활용된다.

 

책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나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들의 독서법과 글쓰기 방법을 예로 드는데 이 역시 시차를 두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책을 읽고 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았는지 알았다. 꾸준히 하지 못하고 기분 내킬 때 책을 펼쳤고 그마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딴짓을 했다(스마트폰이 제일 문제다). 저자는 일본에서 단어를 암기할 때 일곱 번 자리를 옮겨가며 외웠다는데 고작 한 번 외워보고 머릿속에 들어오기를 바랐으니...

 

25분 집중하기, 시차를 두고 반복하기, 휴식을 취할 때는 온전히 뇌가 쉴 수 있게 하기 등 유용한 기술을 많이 배웠다. 이제 다시 한번 영어 공부에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하려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공부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읽고 공부 습관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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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설계자들 - 어떻게 함정을 피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올리비에 시보니 지음, 안종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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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올리비에 시보니의 <선택 설계자들>은 이 문장을 빌려와 "모든 성공적인 전략은 제각각이지만 전략적 실패는 모두 엇비슷하다."라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간다.

 

올리비에 시보니는 전략적 의사결정 분야의 권위자로 30년간 탁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도구와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해 그 연구의 성과를 <선택 설계자들>에 담았고, 이 책은 2019년 맨파워재단으로부터 최우수 경영서상을 수상했다.

 

비행기에 석유 냄새를 탐지하는 특수 장비를 설치해서 굴착 작업 없이 매장된 석유를 찾을 수 있다며 두 사람이 프랑스 국영 정유회사인 엘프아키텐을 방문했다. 석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니 일반인인 나는 어이없는 이야기라 생각되지만 엘프아키텐의 경영진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그들은 1977년부터 1979년까지 4년간 무려 10억 프랑을 두 사기꾼에게 지불했다. 그런데 2004년 똑같은 사기에 골드만 삭스 등의 유명 투자 기업들이 5억 달러를 투자했다.

 

도대체 왜 수많은 사업을 성공시킨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런 바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걸까? 올리비에 시보니는 이런 실패들을 분석해 보니 의사결정자들이 비슷한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즉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편향된 결정을 하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는 이런 편향을 활용해 타인의 행동을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선택 설계자들>은 우리가 의사결정에서 자주 빠지는 편향들을 분석하고, 편향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합리적 결정을 가로막는 9가지 함정

 

1. 스토리텔리의 함정

 

단순한 우연도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만들면 의사결정에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가 의사결정에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기존 신념과 모순되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확증 편향 때문이다.

 

2. 모방의 함정

 

모델을 좇는 것은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지만 길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생존자 편향은 성공 사례에만 초점을 맞추고 실패자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게 한다.

 

3. 직관의 함정

 

직관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확실성이 높은 환경 속에 있어야 한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확실성이 낮은 환경에서 일어나며, 의사결정자들에게는 제한된 경험과 지연되고 불명료한 피드백만이 있다.

 

4. 자기과신의 함정

 

낙관주의에 대한 본능적 욕구는 생산적인 낙관주의를 과도한 자신감으로 바꾸곤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정상에 올라간 뒤에 자신의 능력과 직관 그리고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과신하게 된다.

 

5. 관성의 함정

 

우리는 현상유지 편향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는 결정하지 않는 쪽을 편하게 여긴다.

관성의 더 극단적인 형태는 몰입 상승 효과다. 이는 실패한 시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한다.

 

 

6. 위험인지의 함정

 

안타깝게도 낙관주의는 사업이 대규모일 때 더 쉽게 허용되는 반면, 위험 회피는 소규모 사업일 때 더 중요해진다. 소심한 선택과 대담한 예측의 결합은 흥미로운 기회가 부족하다며 현금을 쌓아두면서도 과감하게 모험적인 투자를 하게 한다.

 

7. 기간의 함정

 

내일의 이익을 기대하며 오늘의 손실을 선택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단기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

단기성과주의는 손실회피와 현재 편향이 합쳐진 것이다.

 

8. 집단사고의 함정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노련한 경영인들조차도 충분한 이유가 있는 비판을 표현하는 대신 집단이 화합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9. 이해충돌의 함정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한다. 자신의 이익이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런 편향들은 하나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하나의 편향이 유일한 오류가 아니라 여러 편향들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다른 요인과 결합해 실패를 만들기도 한다.

 


편향을 제거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게 편향들 때문이라면 이런 편향을 제거하면 될까? 저자의 답은 "자신의 편향과 그것을 줄이는 방법에 집착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우리가 편향을 인식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령 편향을 안다 해서 미리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편향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면 그저 운에 맡겨야 하는 걸까?

 

여기서 저자의 놀라운 통찰이 나온다. 저자는 개인과 조직이라는 두 가지 차원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편향은 대부분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조직 안의 전략적 오류는 개인들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조직의 오류를 조직을 이끄는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이것은 과도한 단순화다. 아무리 창의적인 개인을 모아두어도 시장에 성공적인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려 보라. 기업이나 정부의 실수도 개인의 편향 탓으로 돌리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개인의 선택이 조직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말이다.

 

<선택 설계자들>은 우리가 판단을 할 때 빠지는 편향을 제거하는 법이 아니라 이런 편향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즉 합리적 '선택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 설계자'가 되는 법에 대한 것이다.

 

지혜는 개인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통해 나와야 하고, 협업과 프로세스는 건전한 의사 결정의 토대가 된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데 왜 의사결정에는 이와 동일한 품질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업들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협업과 프로세스'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선택 설계자를 위한 40가지 실용적 기법

 

혼자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리더는 중립적으로 똑똑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 방법을 정하는 '의사결정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실질적인 대화를 촉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역동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40가지 실무 기법을 제시한다.

 

똑똑한 리더에 의해 조직의 운명이 정해지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보다 더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영향을 끼친다. 이런 모든 것을 다 파악해서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직 안에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라는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선택 설계자들>은 그 무기를 날카롭게 벼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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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로 시작하는 저학년 독서토론논술 - 저학년을 위한 독서토론논술 안내서
조인정 지음 / 이비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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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일기 숙제였다. 일기 숙제는 일주일에 딱 하나였다. 하지만 이 하나를 쓰기 위해 아이와 얼마나 실랑이를 했던지. 뭘 써야 될지 모르겠다고 아이는 계속 징징거렸다. 다른 집 애들은 공책을 꽉꽉 채워 잘만 쓴다던데 왜 이럴까 속상했다. 생각해 보면 아직 한글도 가끔 틀리는데 글을 써야 한다는 게 아이에게 일기 쓰기 숙제가 얼마나 부담이었을까. 그때는 엄마도 아이도 초보였다.

 

다행히 2학년에 올라가서는 일기 숙제가 없어져 일기로 싸우는 일도 없어졌다. 대신 '독서 기록장'이라는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다. 책 읽고 글 쓰기는 일기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초등학교 때는 읽기 쓰기를 가르치라고 한다. 학습의 기초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이고, 이 능력이 탄탄해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 때 책과 친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초등 저학년 시기의 책읽기를 잘 시작할 때 어린이 스스로 책읽기가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자기주도적 독서를 시작하면서 건강하고 유능한 '평생 독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 아이, 지금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나요?> 중에서

 

 

다 안다. 책하고 친해지게 하고, 책을 읽고 생각을 발표하고 생각을 글로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나 선생님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조인정 작가의 <전래동화로 시작하는 저학년 독서토론논술>은 그런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아이에게 친숙한 전래동화를 통해 아이가 재미있게 책을 읽고 부담 없이 친구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학부모는 물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전래동화일까?

 

전래동화가 좋은 읽기 자료로 활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익숙하고 쉽기 때문이다. 읽기 자료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끼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 제한된 수업 시간에 계획했던 수업 효과를 얻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저학년 시기에 그림책으로 쉽게 접하거나 흥미 위주로 편하게 읽기 시작한 옛이야기는 고학년이 되어 심화한 수준으로 다시 읽게 된다. 문학 교육 내용의 위계성에 따라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고전 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후속 학습 활동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래동화에 대한 이해와 편견> 중에서

 

옛이야기는 아이에게 친숙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된 내용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읽을 수 있다. 또한 길이는 짧지만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시간과 장소의 이동에 따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면서 축적된 우리 민족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

 

어떻게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할까, 어떻게 아이들이 책을 읽고 발표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까, 어떻게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매체(신문, 영화, 그림 등)와 연계해서 독서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등 독서토론논술과 관련된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심지어 따라만 해도 아이들이 책읽기가 즐거워지는 수업 사례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읽기 자료, 책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 토론 논제, 독서 활동, 수행 결과 예시는 물론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소개한다.

 

책읽기를 할 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아이와 책을 읽고 토론을 할 때 제일 어려웠던 '어떤 토론 주제를 제시해야 할까'에 대한 좋은 참고 자료를 얻었다는 것이다. 독서 토론이 그냥 책을 읽고 이해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활동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놀라웠다. 더 많은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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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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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칠한 잔교의 은색 페이트가 번쩍거리고 크림색 집들은 연한 빅토리아풍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런던 인근의 해변 도시 브라이턴. 휴일이면 놀이시설과 경마장을 찾는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 명소다. 초여름의 햇살, 시원한 바닷바람, 휴가를 즐기는 인파 속에 유난히 초조해 보이는 남자가 있다.

헤일은 <메신저>라는 신문사에서 일을 한다. 그가 하는 일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며 은밀하게 카드를 숨기고, 사람들은 카드를 찾아 상금을 받는다. 신문에는 그가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 광고가 실린다. 카드를 찾아 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차례로 해변 도시를 돌아다니는 게 헤일의 일이다.

오늘 브라이턴에서 일을 끝내면 내일은 다음 도시로 떠나야 한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그에게 한 소년이 다가왔다. 그를 '프레드'라 부르는 소년은 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피부는 희고 매끄러웠으며 아직 솜털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눈은 노인의 눈처럼 매정했다. 헤일은 그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걸 깨달았다.

혼자 있으면 안 된다. 그는 자신과 같이 있어줄 사람을 찾는다. 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아이다였다. 아이다는 무언가에 겁먹고 있는 헤일이 신경 쓰였다. 손을 씻으려고 호텔 화장실을 다녀온 시간은 잠깐이었다. 씻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를 붙잡는 헤일에게 호텔 앞에서 기다려 달라 하고 들어갔다 온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그가 사라졌다. 그리고 호텔에서 떨어진 곳에서 헤일은 죽은 채 발견된다.

그를 죽인 것은 핑키였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카이트가 살해당하자 그를 따르던 17살의 소년 핑키가 조직을 맡게 된다. 그리고 카이트의 살해를 지시한 콜레오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정보원인 신문 기자 찰스 헤일을 죽였다. 헤일의 사인은 부검 결과 자연사로 판명되고 그의 범죄는 그렇게 덮이는 줄 알았다.

아이다는 뭔가 이상했다. 자신에게 같이 있어달라 사정하던 헤일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죽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외롭게 죽어간 헤일을 위해, 잠시지만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줬던 그를 위해 사건을 추적해보기로 한다.

실수는 또 있었다. 헤일이 예정대로 식당을 다녀간 것처럼 꾸미려 했는데 테이블을 담당하던 웨이트리스 로즈가 식당에 다녀간 건 헤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핑키는 어떻게든 로즈의 입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핑키는 로즈와 사랑에 빠진 척한다.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와 세속의 정의를 믿는 아마추어 탐정. 살인자와 사랑에 빠진 목격자.' 매력적인 주인공 설정에 겉으로는 아름다운 바닷가 휴양지지만 그 뒤로는 경마장을 중심으로 한 범죄의 소굴이었다는 배경까지 더해져 <브라이턴 록>은 스릴 넘치는 한편의 서스펜스 누아르일 거라 생각했다.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라는 얘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살인의 문>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다.

편하게 누워 책을 펼쳤던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브라이턴 록>은 그렇게 만만하게 읽을 책이 아니었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한다. 조직의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한 어린 보스와 살인자를 사랑하게 된 목격자 소녀, 이를 추적하는 30대의 쾌활한 아마추어 탐정의 이야기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고해성사... 회개." 로즈가 나직이 말했다.

"그건 종교적인 것일 뿐이야." 여자가 말했다. "내 말 들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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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절대악 핑키. <브라이턴 록>'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이라 높게 평가받는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핑키가 정말 절대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에는 이 정도면 절대악이었을까.

소설을 읽으며 핑키가 안타까웠다.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을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학교라고 편한 곳은 아니었다. 그에게 우두머리 카이트는 그나마 핑키가 친절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조직 간의 다툼으로 살해되었다.

핑키는 양아버지 같았던 카이트의 복수도 하고 싶고 조직이 와해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냉정한 사람으로 보이려 하지만 아무리 어른인 척, 강한 척해도 아이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시간이 짧으면 회개 말고도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회개할 여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상관없이..... 난 평화를 누릴 만한 복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걸 믿지도 않아. 천국은 말일 뿐이지. 하지만 지옥은 믿을 수 있는 것이야.

나의 세포는 시멘트로 된 학교 운동자, 난롯불이 거진 세인트판크라스역 대합실에서 죽어 가던 남자, 프랭크의 집 내 방 침대, 그리고 내 부모의 침대로 이루어져 있지. 그의 마음속에서 격렬한 분노가 일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깐이라도 천국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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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악의 탄생은 이런 것이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악인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뿐이 사람이 한 번 빠진 구멍에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빠져드는 것.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니 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체념 속에 갇히는 것.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악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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