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탁석산의 공부 수업 - 공부의 기초부터 글쓰기, 말하기, 독서법까지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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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다

 

늘 영어가 콤플렉스였다. 중요한 순간에 영어 실력 때문에 발목이 잡였다. 읽기는 어떻게 하겠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12년을 공부해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는 못하는 우리나라 영어 주입식 교육의 산증인이다.

 

휴직을 하고 시간이 났을 때 제일 먼저 원어민 영어 회화 수업을 신청했다. 쉬는 동안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하나를 공부하면 열을 까먹었다. 도대체 단어도 문장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나빠진 모양이라고 포기했다.

 

그런데 <탁석산의 공부 수업>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안 하니 머리가 나쁜 거예요."라고 우아하게 뒤통수를 때린다. 눈이 번쩍 떠진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라고?

 

 

저는 이제 뇌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요> 같은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아서 머리가 나빠요>가 더 정확한 말 아닐까요. 계속 끈기 있게 공부한다면 놀라운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부는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기쁨과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공부하는 철학자의 공부 비법

 

탁석산 샘의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행복 스트레스>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이렇게 철학적 사유를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서 오랜만에 읽은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저자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아니 더 쉽고 명료해졌다.

 

탁석산 샘의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제목 그대로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다.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 1장 공부의 기초>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해 9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2장 공부의 활용>은 공부의 기초를 쌓은 후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시험 잘 보는 법, 글 쓰는 법, 말하는 법, 독서법을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더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공부법 책을 읽었다. 저자들의 약력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해'란 메시지를 전하며 과목별로 공부 요령을 알려줬다. 그런데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달랐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집중력은 25분 정도 지속된다든지, 반복해서 테스트를 했을 때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든지 여러 실험들을 토대로 공부가 제대로 될 수 있는 자세를 잡도록 도와준다.

 

공부의 기초

 

1. 기억력이 중요하다

 

저자가 공부에 있어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기억'이다. 기억이 없다면 추론할 수 없고 추론이 없다면 지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되도록 기억을 많이 축적해야 한다. 대부분 주입식 교육의 문제를 비판했는데 특이하게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외우는 것이 시작이라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창의력도 발휘되고 논리력도 발휘되는 거니까 말이다.

 

2. 시차를 두고 익히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억을 잘 할 수 있을까? <탁석산의 공부 수업>에서는 '시차 두기'의 중요성을 반복하여 강조한다. 시차를 두고 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자리에서 외우는 것보다 일곱 번 낯선 곳에서 마주쳐야 외워진다고 말한다.

 

또한 한 번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반복해서 테스트를 하는 게 장기 기억에 효과가 있다. 반복해서 테스트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뇌 안에서 연결이 단단해진다.

 

3. 잠을 잘 자야 공부를 잘한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여러 가지가 자신도 모르게 정리되어 아침이면 더 똑똑해진 기분이 든다. 실제 뇌과학의 연구에서도 잠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당연히 텅 빈 머리로 잔다면 뇌가 할 일이 없으므로 곤란하다. 학습을 하고 자야 하고, 다음 날 할 것을 머릿속으로 미리 정리해야 한다.

 

4. 25분 집중을 매일매일 연습하라

 

사람의 집중력은 25분이다. 25분간 공부에 집중하라. 일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계속 휴대폰에 신경이 가 있다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휴대폰을 관리하지 못하는 한 뇌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은 무너진다. 뇌를 쉬게 해야 필요할 때 뇌가 집중할 수 있다. 집중과 휴식은 한 묶음이다.

 

뇌를 쉴 때는 운동이나 조깅, 걷기, 춤, 버스 타기, 자전거 타기, 그림 그리기, 샤워나 목욕, 가사 없는 음악 듣기, 악기 연주, 명상이나 기도, 잠 등이 좋다.

 

5. 공부는 습관이다

 

공부를 잘하겠다는 의지는 생각하지 말고, 우선 낮아 공부를 시작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일단 앉아야 뭔가 알 수 있다. 처음 20분은 힘들지만 곧 고통이 사라진다. 이런 작업은 하루 이틀 연습해서 습관이 되지 않는다. 하기 싫어도, 잘 안돼도 끈기를 갖고 해야 한다.

 

시험 잘 보는 기술

 

시험을 볼 때 쉬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까,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까?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지만 뇌과학자는 어려운 문제부터 풀라고 한다. 우리 뇌는 이중 처리기로 어려운 문제를 풀다 쉬운 문제를 풀면 뇌는 한쪽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즉 다른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뇌는 아까 풀던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를 풀면 쉽게 풀어진다.

 

시험을 보기 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어려운 문제를 택해 먼저 1~2분 정도 풀어본다. 그러나 뭐가 어려운 문제인지 알려면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

 

시차 두기와 섞어 하기

 

책에서 소개하는 공부법 중 핵심은 '시차 두기'와 '섞어 하기'이다. 시차를 두고 계속 반복해서 기억을 강화시키고, 한 파트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파트를 섞어가며 한다. 이런 방법은 공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독서에도 글쓰기에도 활용된다.

 

책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나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들의 독서법과 글쓰기 방법을 예로 드는데 이 역시 시차를 두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책을 읽고 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았는지 알았다. 꾸준히 하지 못하고 기분 내킬 때 책을 펼쳤고 그마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딴짓을 했다(스마트폰이 제일 문제다). 저자는 일본에서 단어를 암기할 때 일곱 번 자리를 옮겨가며 외웠다는데 고작 한 번 외워보고 머릿속에 들어오기를 바랐으니...

 

25분 집중하기, 시차를 두고 반복하기, 휴식을 취할 때는 온전히 뇌가 쉴 수 있게 하기 등 유용한 기술을 많이 배웠다. 이제 다시 한번 영어 공부에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탁석산의 공부 수업>은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하려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공부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읽고 공부 습관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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