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독도 문제는 거의 1년에 한 번은 제기되어 시끄러워지는 문제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분노하고, 또 일본 웹사이트를 다운시키는 등의 더러는 유치하기까지 한 행동으로 이에 대처하곤 한다. 그렇지만 또 독도 문제가 잠시 사그라지면 우리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독도에 대한 중요성이 피상적으로만 박혀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는 바다가 왜 중요한 것인지, 또 과거부터 패권을 다투는 시기에 바다가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책은 지루하지 않다. 저자가 문학박사이고, 또 이미 유명한 저서를 많이 낸 사람이라 필력이 있어 그런지 글도 재밌다. (레드신드롬과 히딩크 신화나 왼손과 오른손 억압과 금기의 문화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다. 정말로 읽을 만한 책이다.)

책은 1장부터 14장으로 이뤄져 있다. 54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에 아쉽지 않게 책 내용은 꼼꼼하고 또 자세하다. 각 장마다 참고한 문헌이 열대여섯 개에서 서른 개라는 걸 감안한다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많은 문헌을 살펴서 정리하고, 또 그걸 풀어내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걸 확신한다. 또한 더불어 사진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찍으러 다닌 작가의 글에서는 그만큼의 열정이 느껴진다. 거기다 책 중간 중간에 설명을 위해 실린 지도나 그림은 친절하기 까지 하다. 흠잡을 만한 게 없다. 혹 있다 해도 본인과 같은 일반인에게 보일 리 만무하다.

꽤 인기 있었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10장에 나오는 임진왜란의 상황을 읽어보면 임진왜란의 해전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생소한 사실에 재미를 느끼는 만큼, 드라마에서 보았던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해 찾아보는 재미도 꽤 좋았다.(솔직히 고니시정도는 일본사 책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가토는 본 기억이 없다.)

어쨌거나 우리 국사책은 방대한 내용을 한권 책에 담고자 해서 그런지 이론적인 내용조차 거의 실려 있지 않고, 기본적인 틀만 실려 있어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실이 전제로 삼는 상식들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한국에 출판된 수많은 한국사 관련 책들은 흥미위주의 야사로 편집돼 있거나, 기본적인 상식정도만 책에서 얻어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책들은 한자가 섞여 있고, 전문 용어가 많아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책들이다. 그래서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한국인들을 역사에 무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쓰였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목적으로 마구잡이 짜깁기나 서로 베끼기, 사진만 잔뜩 실어 내용 채우기를 한 것도 아니다. 그 점만으로도 이 책은 작가가 누군지나 참고 문헌이 몇 개인지를 재껴 놓고서라도 높이 살만하다.

(요즘은 다행이도 역사스페셜을 엮은 것과 같은 읽을만한 역사책들이 슬슬 나오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책 내용을 처음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작가가 쓴 처음 몇 장만을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에 실린 사진을 훑어보고 관심을 갖는 정도라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진만 훑어보기는 확실히 아쉽다. 그러기엔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이 너무도 많이 적혀있다. 미국은 왜 독도를 폭격했는지, (4장)(본인은 미국이 독도를 폭격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독도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는지(3장), 우리 대부분은 모른다. 확실히 우리는 역사를 배우며 왜, 어째서라는 것을 생각하는 데 굉장히 인색했던 면이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바다를 얼마나 경시했는지(10장), 그리고 그로인해 어떤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지(14장)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역사는 그저 이미 지난 일은 확실히 아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일본이 우기는 것도, 우리가 그 사실을 반박하는 것도 민간에선 일시적인 감정적으로 응하고 있고, 또 정부도(물론 양쪽 정부 모두)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모두 사료에 의거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현재가 결정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학자들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땅에 대한 관심을 근본적인 문제부터 샅샅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작가는 그걸 알았기에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쓴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구구절절이 풀어놓지 않겠다. 알아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읽고 판단하고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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