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소설.... 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연애,섹스,엽기성을 떠올리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계보로 후배작가들이 거의 마구잡이로 어설픈 베끼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하루키의 소설이 선구자 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어 이러한 대중 소설들보다 한 층 높은 단계라면 나머지 카피본들은 주제의 식에 관한 면에서는 꽤나 상투적이며,불명확한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은 일본 문학이 대중 소설과, 순수 문학을 갈라놓고 평한다는 상황하에서 더욱 심해졌다. 더군다다 한국에 번역된 소설들도 일본의 여러 작가들이 아닌,몇 몇 작가에 한정되 있 고, 다른 책을 번역하기 보다는 이미 소개된 작가들의 작가들의 '전집'을 번역하기 때문에, 우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이야기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환상적인 연애와 오컬트적인 요소가 조합된 이 야기, 무라카미 류의 엽기적이며 선정적인 이야기에 젖어 있게 된것이다. 물론 이들 작가들의 수준을 비하하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이러한 작가들에 너무 익숙해 진 나 머지 우리 시각이 일본 문학을 일정한 주제에 끼워 맞춰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그러한 상투적인 일본 문학의 주제의식을 탈피하고 있다. 우정, 그것 도 특별한 상황에 연령대 맞지 않는 사람들의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운 우정을 이 책은 그리고 있었 다. '수학은 미학'이라는 말을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다. 확실히 수학은 신기한 학문이다.

그러나 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소설이라는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수학귀신 이라든지, 그와 비슷하게 수학 그 자체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린 책은 여러번 봤어도 소설을 쓰기 위해 수학을 빌린 경우는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작가의 문체는 소설의 내용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수학을 녹아 있어 어렵다거나, 지겹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가정부 '나'의 생일 2월 20일과 박사가 아직 젊었던 시절 수학 논문 덕분에 받았던 시계에 적힌 상 번호 228이 우애수라는 것, 박사가 머리가 납작한 가정부 '나'의 아들을 루트라고 부르는 것은 수학이 소설 전개와 이렇게 연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기억을 수학을 통해 어떻게든 붙잡아 보고자 하는 박사의 노력은 은근한 감동을 주었다. 가정부와 그의 아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밤 10시까지 혼자 있는 루트를 혼자 있지 못하게 한 박사 의 배려와 그런 박사를 믿고 따르는 루트, 기억이 지속되지 않는 박사를 어떻게든 기쁘게 하고 도 우려고 노력하는 미혼모 가정부의 이야기에는 작가의 은근한 휴머니즘이 실려있다. 특별한 병에 걸린 박사, 미혼모인 '나'와 그런 나의 아들인 루트는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기 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따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그것은 박사가 그들과 처음이 자 마지막 생일 파티를 하기까지 계속 된다. 아픈 박사를 돌보는 가정부, 다친 루트를 업고 뛰는 박사, 서로의 선물을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한 그 들. 독자는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박사가 요양원에 간 이후에도 그들은 꾸준한 우정을 나눈다. 기억이라는 건 그런 아름다운 감정의 지속에 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진심이 있었기 때문일거다. 루트는 결국 커서 수학선생이 되었고, 박사는 죽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러한 결말을 지나치게 애틋하게도, 지나치게 슬프거나 혹은 뚜 렷한 주제 의식을 담아 쓸데없는 기교를 부려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난잡해 지지 않았다. 비록 매우 멋있는 소설이라거나, 엄청난 대작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읽고나서 여운이 남고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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