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형상화한 작가는 굉장히 많다.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를 비롯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우리는 죽음에 대해 고찰하고, 죽음을 미화 시키고,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 그러나 그들이 그린 죽음은 현대 사회에서 만연한 자살과는 다른 의미의 죽음인 것이다.
요즘은 타인의 생명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조차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심지어 죽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자살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자신을 죽여주길 청부하거나, 쉽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죽고 싶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어려워진 가정 경제. 직장이나 학교 생활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이나 열등감등이 그들이 삶을 포기하게 부추기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데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는 건 한 순간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 죽음에 대해 새로운 방면으로 접근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장황한 미사여구나, 길고 긴 묘사를 통해 죽음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직 그림. 그림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 한다.
자살토끼에는 그야말로 죽고 싶어 안달난 토끼들이 자살하는 모양이 그려져 있다. 서로가 죽는 것을 돕기 위해 대포에 밀어 넣어 주기도 하고, 토스트기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죽어간다. 자살토끼를 끝까지 보면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끼들의 죽음에 그 방법을 고안해서 그려낸 작가의 창의성에 탄성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작가가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고 삶인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죽고자 하면,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는 걸을 말함으로써 우리에게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죽음을 미화시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토끼들의 죽음은 소름끼치거나, 혐오스럽거나, 거부감을 준다기 보다는 웃음을 유발해 진한 해학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해학을 통해 삶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림책처럼 훑어 보면 이 책은 의미 없는 책이다.
그러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읽으면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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