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전에 읽었어야 할 책

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우리는 동물의 고통에 둔감하다.

비둘기를 닭둘기라고 부르며 놀리지만

그놈들 발가락이 없거나 시력을 잃은 놈들이 많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유기견도 많고 유기고양이도 많다.

버려졌다가 떠돌고 떠돌다가 체포되면 안락사 당한다.

사육하는 동물들은 더욱 비극이다.

암퇘지는 돌아 눕지도 못하며, 닭과 오리들은 밀집된 공간에서

대량으로 사육당한다. 스트레스로 서로 쪼으고 죽게되면 버려진다.

조류독감이 위험한 건 면역체계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좁은 우리에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로 길러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싼 것만 바라고 그것이 결국 먹거리 윤리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난 후에 육식에 대해 멈칫하게 될 것이다.

나도 완전히 전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과 이를 위한 동물의 비참한 사육 그리고 도살

이 문제는 나를 평생토록 괴롭힐 것이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 비극은 슬프다.

비만이 넘쳐나는 미국에서 먹거리 윤리를 찾는 운동이 제일

활발한 건 역설적이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쇠고기 광우병이 어떻고 저떻고의 문제 이전에

육식을 우리가 무분별하게 자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할 것이고

이 책은 그 질문에 정답은 아니지만 실마리를 던져준다.

단숨에 읽힌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5월 초 처와 함께 경복궁 산책에 나섰다.

나는 마침 절판된 리처드 랭엄의 '악마같은 남성'을 구해 읽고 있었고

처는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남성 폭력의 기원을 찾는 책이기 때문에 침팬지 보노보노 영장류 유인원 연대기 정글...

너무 골치가 아파서, 처의 책을 뺏어들었다.

'활자가 굵은 걸 보니 인기위주의 책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읽어보니 권력층의 굵직굵직한 사건부터 문중의 미망인 명예살인, 숙모와의 근친, 여종에 대한 살인까지 흥미진진하게 담아내었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 갔다.

조선시대 검시제도에 삼검이 존재하고, 의혹이 있을 경우 복검을 지시하고 또 왕에게 보고하는 체계 등 조선시대의 꼼꼼함도 살펴 볼 수 있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최강칠우에서도 이 책의 내용을 일부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2화에 방송되었던 문중의 명예살인이나 여종을 숨지게 하고 지게로 하인이 버리고 가는 장면 등은 물론 실록 같은 원서에 나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내용에 생명을 불어 넣은 것은 이 책이 먼저 이리라.

경제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반드시 필독해야 할 서적이 아닌가 한다.

다만, 주류경제학자들 위주로 서술된 점은

고른 시각에 조금은 장애가 될 듯 하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합리적인 주체'니까 말이다.

부의 미래는 다수의 죽음

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너무 기대했었나 기대 이하의 책.

어쩌면 나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나 보다.

영어원제 혁명적인 부! 그것은 바로 지식 기반의 경제에게서 나온다는 것!

하지만 이제 '지식'으로 무장하지 못한 노동자 계급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란 말인가

기본적으로는 옳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조금은 지루하다.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ㅣ 테마 한국문화사 5
김문식.신병주 지음 / 돌베개 / 2005년 6월

'아하' 라고 깨닫게 되는 몇가지 사실들은 흥미를 유발하지만, 중반을 넘어갈수록 약간 지루해지는 듯한 감이 있다.

그래도 우리것을 꼼꼼히 기록했던 습관들, 봉건사회였으나 왕실의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이를 역시 꼼꼼히 기록(잘 대접해주었을 것 같은)해 준 마음 씀씀이도 엿볼 수 있다.

본문의 칼러사진은 화려하나,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느낌. 하지만 이런류가 나와줌으로서 향후 좋은 소설이나 역사이야기의 초석이 될 것 같다.

참, 식민지 각국의 문화유산을 약탈해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는 제국주의 국가의 추악한 면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