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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마케팅 - 세종마케팅총서 7
번트 H. 슈미트 지음, 박성연.윤성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 원저의 제목은 'Experimental Marketing; How to get customers to sense, feel, think, act, and relate to your company and brands'.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마케팅 믹스, STP분석이니 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상품의 질, 가격, 일방향으로서의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를 가정하였다. 그러나 흔히들 알고 있듯이 이젠 '패더라임이 바뀌었다.' 톰 피터스가 외쳤던 것처럼 '브랜드, 브랜드..'의 시대다. 기존 이론들이 모두 용도폐기해야 할 대상은 아니지만 세월이 바뀌면 이론 또한 바뀌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한 청량음료의 광고를 생각해보자. 과거라면 우리가 접하는 광고는 '갈증나는 당신에게 딱!!' 등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광고는 다르다. '가.. 가란 말이야!' 도대체 이 카피가 음료수하고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 이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브랜드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기본적으로 품질의 차이에서 기반한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체험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를 다뤘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기본적인 심리학 이론을 이용해서 감각(sense), 감성(feel), 인지(think), 행동(act), 관계(relate)의 전략적 체험 모듈(SEMs)을 중심으로 체험마케팅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인간행태는 마케팅의 기본적인 이론을 제공해 왔으므로 사실 이런 접근법이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체험'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다른 경쟁기업이나 상품과 차별화하는데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 것인지를 풍부한 사례 (심지어 뉴욕 모퉁이에 있는 자그만 옷집의 얘기까지)와 모형으로 보여줬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의 곳곳에 있는 각국의 풍부한 사례 (우리나라의 사례도 몇 번 등장한다. IMF때의 Buy Korea캠페인, 프로스펙스 등)는 흥미롭다. 다만 학문을 연구한 교수가 쓴 글이라 다소 교과서같은 딱딱한 면이 없진 않지만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구성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좋아할 만하다. 또한 체험마케팅의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는 모형이 소개되어 있어 마케팅 실무에 활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창조적인'(비실용적인) 학과를 나와서 '이걸 배우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지은이는 체험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창의성이 풀풀 넘치는 '디오니소스'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상상력'이 체험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은 마케팅을 전공한 국내의 대학교수들이 맡았는데 어느 한 군데 어색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자칫 오역하기 쉬운 미세한 차이의 단어들을 제대로 번역하여 잘못된 번역서를 읽을 때의 짜증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