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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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김선주│한겨레출판사│2010.06.15│p.380

 

 

 

기억도 옅은 어느 날에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책, 제목만 듣고서는 감수성 담뿍 묻어나는 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도서관 귀퉁이에서 발견한 책이 너무나 반가워 덥썩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쿵! 제대로 한 방, 나의 가벼운 예상을 깔끔하게 뒤엎고 ‘사회’학 책입니다. 저자 김선주는 한겨레의 대표 칼럼니스트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유명인이더군요. 나의 무지에 경의와 찬사를, 그리고 패닉!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녀의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었는데 또 한 번 나의 무지로의 용감함에 깊은 탄식. 90년대는 내가 초·중·고를 지난 시기이기에 어쩌면 내겐 조금 낯설고 어려운 얘기겠구나 위안해보지만 소용 없이 나는 작고 초라해집니다.

 

하나를 알고 있음에 위험은 그 하나가 전부가 된다는 사실이지요.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무조건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내 안에 채워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나는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아랑곳없이 휘둘립니다. 나의 백지와 같은 무지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타고나기를 경제나 사회에 대하여 아둔하며 흥미가 없으니 애를 써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나꼼수를 들으며 MB를 비판하고 신문의 경제면을 펴는 일이 번듯한 어른의 일인냥 몰고 가는 요즘의 사회가 나는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 이 사회의 균형을 위해서 나와 같이 무지하고 순박한 어른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풉) 부끄러움을 다독입니다. 순전히 핑계입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일에 불편함이 없었던 것은 명확한 가치관의 일관성 덕분이겠지요. 자신의 ‘앎’에 대하여 ‘신념’에 대하여 이렇게 단단해지기까지 그녀의 내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부딪힘을 견디어 냈을까요. 나는 고작 일년전의 일기장도 부끄러워 감추기 급급한데 말이지요.

 

 

p.348

사람이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정신 속에 그 사람이 지문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나는 천성이 그러지 못하니까 여전히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내게 선명한 지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녀처럼 야무지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조금 더 많이 알고, 많이 읽으며, 귀는 조금 더 열어 두어야겠습니다. 참, 《나이 곱하기 0.7》이라는 그녀의 글에는 박완서 선생님이 생전에 하신 “요즘 사람의 나이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 말씀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이제 나는 겨우 21살. 마음이 조금 수월해집니다. 당신의 마음도 조금 가벼워지셨지요?

 

 

 

p.287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연히 잡은 책이

그리스 철학자들의 우화인데 첫 구절에 이렇게 씌어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하다.

copyright ⓒ 2012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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