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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 논픽션총서 1
안인희 지음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책의 중심 내용은, 게르만의 신화와 중세의 독일 문학에서는 어떠한 ‘전통’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후의 바그너의 음악과 히틀러의 정치 행위도 이러한 게르만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르만 사회를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통시대적으로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게르만 적 전통’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적용되었을까요?
저자 안인희 씨는 <니벨룽겐의 노래>에서 게르만 사회 특유의 몰락의 법칙을 발견합니다. ‘장엄한 몰락과 붕괴의 이야기’ 속에서 운명에 대한 순응이 나타나고 이것이 19세기 독일의 낭만주의 예술가들을 거치면서 국가 체제에 대한 순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분의 주장은 무척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나치 시대에 바그너 음악이 장려되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닌 듯 싶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막 읽었을 때는 저자의 주장에 무척 동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이 책의 주장이 와 닿지 않습니다. 정말 게르만 민족은 몰락의 기운이 있는 것일까요? '게르만적 전통'이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이야기를 해 보지요. 한국 민족의 특성으로 '한'을 많이 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외침을 많이 받아서 슬픈 민족'이라는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민족 문화와 전통에 꼭 슬픈 '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명'이라는 것도 있고, '흥'도 있습니다. 어떤 민족의 문화와 전통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어떤 특성 하나가 대대로 내려오면서, 그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게르만 신화가 비극적으로 끝난다고 해서, 그것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쳤을까요? 물론 영향을 주긴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 문화에는 이렇게 슬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쾌하고 밝은 이야기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독일 문화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가만 하더라도 바그너 한 사람이 독일 문화를 대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베토벤도 있고 그외에도...) 독일 사상계에도 나치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칸트, 맑스, 하이데거, 아도르노...등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이 사람들은 각기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데, 이들을 어떻게 '독일적 특성'이라는 한 가지 범주로 묶을 수 있나요? 불가능할 것입니다. 나치즘이 독일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나치즘이 독일의 유일한 사상(?)은 아닐 텐데요. 저자는 혹시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고대의 게르만 신화와 19세기의 바그너 음악과 20세기의 나치즘을 억지로 끼어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