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초조선관계사연구
박원호 지음 / 일조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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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정권 교체는 다른 나라의 정권 교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중국이 혼란을 겪고 왕조가 교체되는 것은,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나라에서 왕조가 교체되거나 정권이 바뀌는 것은 국내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국외 문제까지 포함하는 것 같다.(예 : 미국의 대선 결과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혹은 이라크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문제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중국이 혼란을 겪고 내전을 겪을수록 한반도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명 혜제와 연왕의 대립은, 조선에게 유리한 상황을 가져왔다. 혜제는 혜제대로 조선을 자기편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연왕은 연왕대로 조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후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위험을 없애려고 하지 않는가? 영락제가 들어선 후 조선이 명에 고분고분했던 것을 생각하면, 조선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분열되는 것이 더 ‘국익’인지도 모르겠다. (이웃의 불행은 우리 집의 행복인가......?)

 

최근 중국과 한국 사이에 탈북자 문제를 놓고 마찰이 일고 있다. 만산군민의 문제를 보면서 이것이 ‘조선 시대 식 탈북자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탈북자 문제는 크게 보아 2개의 분석틀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정치적 관점, 다른 하나는 인도적 관점이다. 인도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탈북자 문제의 해결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대우해주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망명을 어디로 할 것이냐에 상관없이)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탈북자 문제 처리는 복잡하다.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북한과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탈북자 문제를 순수하게 인도적 관점으로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후대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좋지 못한 방법이지만) 지금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조선 시대의 만산군민의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명나라의 내전을 피해 조선으로 돌아 온 사람들을 다시 명의 요청으로 인해 복귀시키는 것이 잘 하는 것이었을까? 정치적인 관점에서야 그들을 보내는 것이 ‘국익’이었을지도 모르겠다.(명의 눈치를 보아야 하므로) 하지만 인도적인 관점에서는, 그들이 자신들이 거주하기 원하는 곳에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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