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1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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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임철우 씨의 <봄날>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입니다. 5권의 소설책에는 각 시간대 별로 항쟁의 역사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각 장면은 '5월 27일 전남도청 오전 1시' 이런 식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처럼 구성됩니다. 특히 이 소설의 장점은 실존 인물들이 가상의 인물들과 뒤섞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하는 역사책은 자칫 추상적으로 흐르고 독자들에게 잘 와 닿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봄날' 소설은 작가가 분명히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사실적인 구성을 통해 역사책이 말하지 못하는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극중 인물 중 '명치'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소위 말하는 '양아치'였고, 가족이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수부대에 자원 입대하게 되지요...그러나 그런 명치의 방황 뒤에는 얽혀진 가족사의 비극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기 가족들이 살고 있는 광주로 투입되어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향해 총을 쏘아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됩니다.

공수 부대원들도 광주 투입 전에는 진압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시위 진압과 전장에서 느끼게 되는 공포감, 동료들의 죽음 등으로 그들은 갈수록 야만적인 '기계'가 되어 갑니다. 시위가 절정에 이르고, 군인과 시민들을 가리지 않고 죽어가면서 군인들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자신들은 명령을 수행하는 하나의 기계일 뿐이며 그 명령들은 너무나 부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군인들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해야 됩니다. 그 속에서 일부 양심적인 군인들은 미쳐 버리거나 자살해 버리고 맙니다. 가족에서 둘째 였던 명치는 형 무석과 동생 명기와 맞서게 됩니다. 한 명은 '폭도를 진압하는' 공수부대원으로, 나머지는 '독재에 맞서는' 시민군으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립은 이념적인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똑같은 한 가족이면서도 서로 총을 겨누고, 미워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장본인은 아직도 '본인은 29만 천원밖에 없어..'라며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공수부대원, 대학생, 노동자, 기자, 경찰, 신부...다양한 직업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이 소설 속에서 이야기합니다. 시민군이라고 해서 한없이 칭송되는 것도 아니고, 공수부대원이라고 무조건 나쁜 놈이라고 이야기되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 개인들마다의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 감정의 변화 등이 자세하면서도 따뜻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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