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속의 불만 - 프로이트전집 15 프로이트 전집 15
프로이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여자들은 곧 문명과 대립하게 되어, 문명 발달을 지연시키고 억제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남성적인 시각인 것 같다. 여성의 역할을 무시하고, 여성을 하나의 기준으로 일반화시키는 것 같다. 프로이드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일까? '문명은 남자들에게 갈수록 점점 어려운 임무를 맡기고, 여자들이 거의 할 수 없는 본능의 승화를 강요한다.'는 주장은 사회생활은 남성만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주장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남성이 가정 생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이나 의무)에 더 적극적으로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남성이 일해서 만든 문명을 반드시 '여성에게 쏟아야 할 성욕을 전용해서' 이룬 것으로 볼 필요가 있는가? 물론 성욕과 문명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를테면 성욕을 많이 절제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가? 또한 프로이드는 '그 사람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가치로 나를 매혹하지 못하거나 내 감정 생활에 아무런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니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고백한다.

무척 솔직한 입장이고, 박애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기는 하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너무 매도하는 느낌도 든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압박 당하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이란 구호 아래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 하는 모습을 프로이드는 어떻게 설명할지 무척 궁금하다. 그의 의견에 따른다면 노동자나 기타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대'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인가? (물론 지금도 '연대'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것이 자본가와 국가의 탄압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연대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오히려 '지구는 우리의 조국이라는 책'에서처럼 전 지구적인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전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프로이드처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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