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사이로 본 일본문화
노성환 / 교보문고(교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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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기독교가 한국보다 훨씬 먼저 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한국의 그것보다 크지 않다. 나도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글을 관심 있게 읽게 되었다.
일본에서 기독교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집단주의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 같다.

회사의 사장의 종교 혹은 마을에서 믿는 종교에 따라서 개인의 종교가 결정될 수 있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에서 기독교 아니 다른 어떤 외국의 종교(이슬람교, 힌두교(?))가 들어와도, 불교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많이 숙이지 않는 한에서는 수용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일본인의 현세적인 모습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성과 속이 어우러져서 유흥가 거리 속에서도 있는 절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걸리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이외의 국가들도 과연 그렇게 '종교적'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도 수능시험을 앞두고서는 절이나 교회에 신도가 많아지면서 자녀들의 좋은 성적과 입학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 버린다. 그리고 다시 세상적으로 살아간다.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가 먼저 보급된 서양에서도 단순히 종교가 '종교'로서의 역할만 했다기보다는, 병자 치료와 학교 교육, 친목 도모 등의 세속적인 역할도 같이 감당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본다면, 일본인들이 특별히 종교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는, 일본인들을 무시하는 편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일본의 특이성을 '비웃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들이 집단성을 이용하여, 기독교인이 회사를 경영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기독교를 전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할복문화는 고대에는 야만적으로 이루어졌다. 내장을 끄집어내어 던지며 죽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 일자 또는 열 십자 형 등 다양하게 배를 갈랐다. 근세에 들어서면 할복한 다음 창자를 들어내는 것은 반항의 표시로 간주되어 금지되었고 대신 옆에서 가이샤쿠가 목을 쳐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한 것이 일본에서만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일본만이 이렇게 잔인하다고 보기보다는, 세계 모든 나라가 고대나 중세 심지어 근세까지도 이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만연했던 것 같다. 서양의 화형이나 한국의 '찢어 죽이기'등도 역시 할복만큼이나 잔인한 것 같다.

물론 할복은 자신이 직접 배를 가른다는 것에서 일반적인 사형방식과 다르지만, 패전한 장수가 할복하는 것은 이미 죽음이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사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살로서의 '순수한' 의미로 할복을 한 경우도, 다른 나라에서도 -형식은 다양하겠지만-자살이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 고유의 특이한 문화라고만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을 듯 하다.

할복은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본의 고유 전통이라고 해서, '일본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은 일본에 대한 무시와 비하를 전제하는 것 같다. 보다 보편적이고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할복을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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