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의 주제는 '극(極)과 극은 서로 통한다.'인 것 같다. 서로 대비되는 남성과 여성, 강대국과 약소국(소련과 체코슬로바키아, 베트남과 캄보디아), 무거움과 가벼움, 보수와 진보, 육체와 영혼(혹은 정신), 사회와 개인이 아주 명확하게 구분되어 갈등하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두 상충되는 것들은 서로 통하는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근대까지의 사상이 이성과 감정을 명확해 오던 것을 뒤집는 새로운 사상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깨닫고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체코가, 다시 공산주의를 ‘배신’한다고 해서 자본주의와 ‘화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체코의 운명인 동시에, 여러 나라를 전전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체코 출생으로서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저자 모두에게 동시에 적용된다.

특히 스탈린의 아들이 변소를 똥으로 더럽게 하였다고 영국인들에게 모욕을 받자, 분노를 못 이겨 스스로 죽은 것을 두고도 오히려 ‘제국의 영토를 보다 동쪽으로 넓히기 위해 생명을 바친 독일인들이나 조국의 세력을 보다 먼 서쪽까지 뻗어나가게 하기 위해 죽은 러시아인들’ 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인 죽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방황하며 떠돌아다니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저자-어쩌면 이것은 지금 한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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