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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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정합니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특유의 시원한 말투와 객관적이고 냉철한 사료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역사 사실에 대한 소화력 등 제가 알기로는 <로마인이야기>를 고등학교 때 읽고 사학과에 지망하려는 수험생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일본인이 쓴 로마역사는 어디까지 '객관적'일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지배하려고 하면서'너희 갈리아인들은 어차피 게르만에게 지배를 받을 것이니 차라리 우리가 너희를 지켜주고 (게다가 로마화:문명화의 혜택을 누리게 해주고) 그러니 우리에게 지배받지 않겠느냐 하는 것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지금 세계는 서구 열강들에게 강탈당하고 있다. 인도를 보아라. 영국인들에게 무슨 수모냐? 차라리 같은 동양인인 우리에게 지배를 받아 문명의 혜택도 받고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여 서구에 대항해야하지 않겠느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며칠 전에 일본 우익단체가 교과서를 자기들 중심으로 왜곡한 것이 신문에 나왔습니다. 잘은 기억을 못하지만, 위의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항상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다른 나라로 팽창해나가고, 군사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얼핏 자연스럽고 멋있어 보이는 이런 로마역사를 조금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고대의 먼 유럽에서 벌어진 예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몇십년전 일본이 아시아로 침공할 때 그리고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려고 할 때 많이 쓰여진 문구라고 생각합니다.(책에서도 나오지만, 영국이(같은 제국주의 국가로서) 로마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나요?)

저는 로마인이야기의 풍부한 사료와 높은 역사적 상상력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시오노나나미 여사의 글을 읽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저자의 글 속에 숨어있는 제국주의적 해석에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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