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박상익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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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번역이 필요한 이유 <번역청을 설립하라>

1. 핵심: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번역은 반역인가>를 집필한 역사학자 박상익 교수님의 한국에서의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요는 한국의 번역문화에 큰 문제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시장이 아닌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겁니다.

2. 저자: 박상익 교수님은 서양사학자로 이미 20여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시고 또 굵직굵직한 고전 번역을 해오신 연구/번역자이십니다.

3. 내용: 이 책은 “고전을 영어로 읽으면 되지 굳이 번역해야 되냐”는 식으로 고전번역 예산을 삭감해버린 기재부 관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정말 미천하고 비루한 인식이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책은 번역의 중요성, 한국 번역의 현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됩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왔던 문명연구가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글을 한껏 칭송했습니다. 언제나 있는 한글 찬양의 이면에는 컨텐츠 빈곤이라는 한계가 숨어있죠. 마음먹고 고전이란 걸 읽는다거나 어떤 자료가 필요할 때,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자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자 박상익 선생님은 그 지점을 지적하십니다. 한국의 열악한 번역현실과 그를 가로막는 관료들과 학계까지 지적하며 번역의 현실을 다루시고 번역은 지식의 문제인 동시에 국가 경쟁력이며, 이를 위해서 더는 이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되고 번역청, 그러니까 국가가 나서서 번역문제를 위해 힘써야 된다고 촉구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4. 느낀점: 박상익 선생님은 <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출간과 번역청 설립 국민청원을 통해 여러 운동도 하셨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번역사업의 진전은 미미했습니다. 물론 박상익 교수님과 여러 번역증진 운동 덕에 번역사업 예산이 2배 가량 증액되며 노무현 정권 때 수준으로 복구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되려 퇴보한 거죠.

일례로 번역 문제는 지식의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지식에 도달하고 이걸 통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 겁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공화국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국의 개인들이 민주주의의 기원이 됐던 사상들과, 현대 민주주의 담론에 대해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민주주의의 기원이 되는 고전들은 번역되지 않았고, 현대 담론들 역시 그렇습니다. 개인 스스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는 요원한 구조인 것입니다.

굵직한 고전번역을 해오신 박상익, 김덕영 선생님께서는 거의 비슷한 말을 하시곤 했습니다. 외국어를 한 30년 정도 공부하면 이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라는 얘기었습니다. 심지어 김덕영 선생님은 독일에서 독일어로 강의까지 하시는데 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모국어로 읽고 사유할 때 가장 쉽고 독창적이죠. 한국어로 번역된 고전의 기반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르디외도 학자 초기에 자신이 직접 후설과 베버를 번역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프랑스의 학계가 후진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직접 출판사를 통해 번역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죠. 그 프랑스도 후진적이라고 생각하며 번역에 힘썼는데 한국은 할많하않입니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번역에 관해 문제제기한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입니다. 책이 얇고 쉬운 편이니 두루 읽히며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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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유물론 연구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 배세진 옮김 / 현실문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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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바르는 세계적인 마르크주의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르크스와 더불어‘ 마르크스주의의 정수에 도달하여 사유하면서도, ‘마르크스를 위하여‘ 어떻게 오늘 날 이 사상을 재전유할 수 있는지 천착한다. 이 책은 20세기 지성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르크스주의 계보의 이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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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끝
에두아르 루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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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 - 아니 에르노 - 디디에 에리봉 - 에두아르 루이로 이어지는 자기분석적 글쓰기의 소설.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성소수자 루이에게 벌어진 압도적인 폭력들의 기술. 부르디외와 함께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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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게오르그 짐멜 선집 1
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배정희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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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책이 번역되었다. 짐멜은 1858년에 태어났다. 그런 짐멜이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고전이고 길이 남을 작품이다. 책은 맥락 속에서 제대로 위치시키고 읽어야지 억지를 부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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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기다리며 - 하나님 나라 공공신학의 재형성 문화적 예전 시리즈 3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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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간 지속되어온 제임스 K. A. 스미스의 문화적 예전시리즈가 <왕을 기다리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책에서도 역시 제임스 스미스는 급진 정통주의자답게 교부신학에 근본을 두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양한 지적 조류를 종횡무진 횡단해가며 대화하고, 자신의 사유를 펼쳐나간다.


이 <왕을 기다리며>를 통해 제시된 제임스 스미스의 정치신학의 중심은 전통과 균형에 있다. 지금까지의 정치신학은 정교분리라는 허울 뒤에서 은둔하거나, 아니면 교회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종교영역의 일을 정치영역으로 환원시켜 종교 고유의 의미보다 정치적 참여에 방점을 두는 정치과잉으로 점철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의 정치운동은 여전히 잔존하는 크리스텐덤식 신정주의를 나타내거나, 종교와 무관해져버린 세속 보수, 진보정치에 함몰된 움직임을 보여주기라는 극단에 존재하곤 했다.


이런 양자간의 대립 속에서 제임스 스미스는 길을 낸다. 제임스 스미스는 문화적 예전 시리즈의 정점에서도 급진 정통주의자답게 아우구스티누스를 차용해서 인간은 사랑하고 욕망하는 존재임을 환기시키고, 예전을 통해 정치적 의미를 드러낸다. 이점이 매우 독특하다. 이 전통과 함께 스미스는 현재와 종말의 긴장 속에서 정치신학을 전개시키는데, 이를 통해 정치신학은 끊임없이 종말을 향하고 지향하면서도, 이 땅 위에서의 사랑의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다른 책과 같이 꽤나 논쟁적이면서도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인데 여럿이 함께 읽고 대화하고 고민해보면서 읽는다면 더 가치가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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