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자유와 가치판단 막스 베버 선집 2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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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물론이고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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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 가치자유와 가치판단 - 전2권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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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차분 두 권은 언뜻 보더라도, 막스 베버는 물론이고 사회학을 넘어 사회과학의 핵심을 다루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모국어로, 그것도 세계적인 베버 전문가의 꼼꼼하면서도 풍부한 해설을 곁들여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김덕영 선생님과 길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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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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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대한 생각

최근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Apocalypse Never>이 번역되었다. 책이 나왔을 때부터 책의 목차를 살피고 출판사의 소개를 읽었다. 어떤 새로운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후변화가 과장된 위협이라는 논의는 아마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제기한 순간부터 이어졌을 것이고, 이 책 역시 그런 맥락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위치한 맥락과 이 책을 둘러싼 반응을 보고 글을 몇자 적는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출간된 이후 이 주제를 다루는 책 중에는 잘 팔리고 있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는 긴급 중쇄를 했다고 하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교보에서는 정치/사회 분야 1위라고 한다. 이 책이 갑자기 각광 받는 이유가 여럿일 텐데, 첫째로는 ‘한국에 이런 담론이 제대로 수입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극우적이거나 음모론적으로 비난하는 이른바 ‘트럼프식 담론’도 아닌, 환경운동가가 환경운동 담론을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일 거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담론은 이미 클리셰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을 정당화의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SNS에 이 책을 링크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 많은 사람이 내가 원하던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세속적 부를 추구하라는 종교 서적이 베스트셀러였던 상황이 겹쳐 보인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은 이 책을 접할 때, ‘환경운동의 종말론적 담론, 극단적 메시지는 정확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이 책을 기다리던 사람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그저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한 무기인 것이다. ‘기후위기는 과장됐대, 새로 책 나온 거 보니까 그렇더라, 우리 그냥 이대로 살면 돼.’하며 귀찮음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치/경제적 맥락 안에 존재한다. 이 책을 포함한 이런 부류의 책은 기업, 보수언론의 지지를 받는데, 이는 이 책에서 선언하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친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담론과 미국 기업/보수 정치의 연관성 역시 존재한다.

이 책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두 편 읽었다. 하나는 Peter H. Gleick이라는 학자의 비판인데*, 그는 태평양 연구소 명예 소장, 미국 국립 과학원 회원, 맥아더 펠로우 등을 역임했다. 이 사람의 논평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셸런버거가 가진 문제를 전반적으로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리고 가디언에 실린 Bob Ward의 논평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과 비슷한 맥락의 <False Alarm>이라는 책을 함께 논평하는데**, Bob ward는 런던정경대학 기후변화환경연구소 소속이다. 이 기사에서는 셸런버거의 주장 중 타당한 부분을 일부 인정하지만, 내용을 비판하고, 전반적인 자료가 체리피킹 되었음을 지적한다.

셸런버거가 주장하는 내용이 일견 타당하다고도 생각한다. 환경을 위한 효율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단, 체리피킹은 안 되고. 또 어디든 극단주의자는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과격한 주장에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특히 한국의 경우 환경 근본주의자가 정책 입안에서 권력을 행사하거나, 환경 근본주의 정당이 유의미한 지지를 얻고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쉐도우 복싱, 허수아비 논증도 안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전부 동의하게 되더라도, 한국에서 극소수의 환경 종말론자/근본주의자의 해악보다는 무관심한 절대다수의 해악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절대다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런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 환경 문제가 고도로 전문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은 소수의 전문인만 판단할 수 있다. 나 같은 사람은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다. 원전에 관해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관 차원에서 시민과학을 증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6월 18일 기준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안 읽고 글 쓰는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따지는 분들이 많으셔서 굳이 읽었다. 이에 관해 얘기해 보자.


내가 처음 이 글을 쓴 목적은 책보다는 책을 둘러싼 지형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책보다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사실에 기반해 글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책을 읽지 않았어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두번째로는 이 책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전문가의 비평을 인용했다. 한 사람은 태평양 연구소 명예 소장, 미국 국립 과학원 회원, 맥아더 펠로우 등을 역임한 피터 글릭이라는 학자고, 한 사람은 런던정경대학 기후변화환경연구소 소속의 밥 워드다. 나는 이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게재한 비평을 신뢰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을 인용해서 비판하는 부분, 그리고 출판사의 책 소개와 연관해서 책 내용의 간접적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내가 인용한 전문가의 인용과 비판 내용이 틀렸을 때 유효하다. 내가 인용한 리뷰가 책에 없는 내용을 인용해 비판했다면 진실성이 없으니 문제일 것이나, 나는 이 전문가와 그의 글을 신뢰한다. 만약에 밑에 첨부한 이들의 평가에 오류가 있다면 이 글을 수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 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끝으로 굳이 책을 읽었으니 하나만 지적하자. 책에서는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인 평균 기온 4도 상승을 문제 삼으면서, 기온 상승은 2~3도에 머물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게 다분히 문제 있는 주장인 것은 평균의 함정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 1도 상승은 단순한 1도 상승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발생하면서 극단값이 상승하고 있다. 그러니까 기온은 단순히 1도가 오를지 모르지만 혹한기가 더 추워지고, 혹서기는 더욱 더워지면서 기온은 서서히 상승한다. 더불어서 지구적 차원에서 봤을 때 이런 기후변화에 취약한 것은 한국 같은 중위도 지역의 사람이 아니라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원주민은 정말 위한다고 하면서 이런 부분은 슬쩍 빼버린다. 스스로 환경전문가라고 자처한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아주 평범한 소시민인데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말이다.


이 책에 관한 독서를 마무리 하고도 결론은 뒤바뀌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에는 물론 유효한 지점이 존재한다. 극단적, 종말론적 환경주의자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존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리고 한국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보다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대다수의 해악이 크다고 본다. 특히 이 책을 보면서 기후변화는 과장되었으니 앞으로 변화가 필요 없겠다는 냉소적 시각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

*Book review: Bad science and bad arguments abound in ‘Apocalypse Never’ by Michael Shellenberger

**False Alarm by Bjorn Lomborg; Apocalypse Never by Michael Shellenberger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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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교사상사 - 유교의 시대를 가로지른 불교적 사유의 지형 知의 회랑 16
김용태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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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구를 이해할 때, 기독교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만큼, 한국을 이해할 때 불교 역시 그렇다. 우리에게 조선의 불교는 네 글자인데, ‘숭유억불’로 조선 500년 불교의 총체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근대 불교 연구사를 시작으로 조선 불교사를 집대성한 책으로 책 소개에서 볼 수 있듯, <조선시대 불교통사>를 쓴 다카하시 도루를 겨냥하고 있다. 꼭 사서 봐야 할 책이 늘었다. 묵직하고 단단한 책을 지향하는 知의 화랑 시리즈에 걸맞는 작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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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한 레위기 -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김근주 지음 / IVP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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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오늘을 위한 레위기>

1. 레위기의 어려움: 레위기는 걸림돌이다. 읽더라도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게 되는 본문이다. 그렇기에 레위기는 오용되기 쉽다. 레위기를 문자대로 해석해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피를 먹지 말라고 적혔으니, 육회·순대는 안 먹는 사람(참고로 이를 제대로 지키려면 저 수준이 아니라 코셔푸드를 먹어야 한다). 반대로 율법이 모두 폐지되었다는 측면에서 이 본문을 그저 부차적 의미로 보는 사람도 있다. 레위기 자체도 까다로운데, 거기에 레위기는 보통 극단적으로 해석되니 이를 제대로 읽기는 매우 어렵다.

2. 레위기의 의미: 구약의 핵심이 오경이며, 오경의 핵심은 레위기라는 것은 클리셰일 정도로 레위기는 중요하다. 저자, 김근주 교수님에 따르면 레위기는 “구약 전체의 핵심을 차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의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전적으로 레위기에 근거”하며, “가장 종교적일 수 있는 제의를 기반으로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일상의 윤리로 연결”하는 책이다. 레위기는 성서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여전히 의미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 된다. 나 역시 레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한참 주석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 마틴 노트, 제이콥 밀그롬의 책을 제외한 책은 처분했다. 이 책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니 레위기를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3. 이런 상황에서 <오늘을 위한 레위기>가 출간되었다. 책을 보며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이 저명한 랍비 구약학자인 제이콥 밀그롬의 <레위기 주석>에 빚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한편으로는 해외의 다양한 레위기 연구뿐 아니라 국내의 레위기 연구를 종합한 책이라는 것이다. 김근주 교수님의 <특강 이사야>처럼 이 책은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에 있지만, 기존 연구를 종합하고 여기에 새로운 성과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책이다.

4. 동시에 이 책은 일반독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레위기가 가진 내재적 의미를 해석할 뿐 아니라, 꾸준히 신앙의 맥락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신약과의 연관 속에서 레위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룸으로써 일반독자에게도 큰 유익을 제공한다. 또 본문의 의미를 한국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며 추가적인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를 통해 저자는 수천 년의 괴리 속에 존재하는 본문을 오늘의 한국 개신교인에게 적합하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여러 성찰의 지점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책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이런 책을 읽는 훈련이 된 분은 충분히 소화할 만한 책이다.

5. 내용: <오늘을 위한 레위기>는 교회를 위한 신학의 정석인 것 같다. 책은 주석의 전형을 따른다. 구성은 1부 개관, 4부 결론과 함께 제사를 다루는 2부, 성결법전이라고 주로 표현되는 레위기 후반부를 3부에서 다룬다. 각 장은 본문에 대한 주석과 이것의 현대적 적용 및 신약과의 연결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글쓰기 방식은 특별히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본문이 가진 의미와 오늘날의 쓸모를 탐구하는 게 필수적인, 어쩌면 강제적인 레위기를 읽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글에서 책의 내용을 전부 아우를 수는 없지만, 책에서 다루는 레위기 본문 전체의 개별적 주석은 매우 꼼꼼하고 충실하게 작성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인상 깊게 읽은 것은 여성의 부정에 관한 내용, 동성 성행위에 관한 내용, 그리고 희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당시 사회에 존재했던 인식과 본문의 의미를 선별하고, 레위기의 본문의 진의를 추적하면서,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해석에 학적으로 반박하고 한편으로는 레위기를 오늘날 한국에 끊임없이 위치시키고 있다.

“레위기는 지금부터 수천 년 전 고대 이스라엘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을 청중과 독자로 전제하고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그 시기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세계관을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 이스라엘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레위기의 내용은 글자 그대로 오늘날 현실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고대라는 상황을 통해 표현된 율법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신중하게 살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살리고 하나님 백성으로 살게 하는 율법이 도리어 사람을 정죄하고 배제와 혐오를 자행하는 도구가 되어 버린다.” 627p.

레위기는 지금부터 수천 년 전 고대 이스라엘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을 청중과 독자로 전제하고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그 시기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세계관을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 이스라엘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레위기의 내용은 글자 그대로 오늘날 현실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고대라는 상황을 통해 표현된 율법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신중하게 살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살리고 하나님 백성으로 살게 하는 율법이 도리어 사람을 정죄하고 배제와 혐오를 자행하는 도구가 되어 버린다. - P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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