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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ㅣ 주니어 클래식 5
장영란 지음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플라톤 정치사상에 들어가기 앞서 그의 철학에 대해 알아보겠다. 우선 플라톤의 인간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플라톤에 철학에 있어 덕은 탁월성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존재가 다른 존재에 비해 탁월한 점이 ‘이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플라톤의 관점은 대화편 국가 7권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육체는 어두운 동굴에 사슬에 묶인 상태에 비유된다.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은 동굴 밖 세상이 아닌 동굴 안에 비춰진 그림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 동굴 밖에는 생존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사슬에 묶인 육체는 그 존재들이 동굴의 벽에 투영하는 그림자들 밖에 볼 수 없으며 여기서 얻어진 지식은 이러한 이유로 참된 사유로 볼 수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 동굴에서 탈출할 수 없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사람들이 일부 그 사슬을 끊고 자유롭게 되어서 동굴 밖의 세상으로 나가게 되면 태양이 비추는 진정한 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동굴 밖으로 나온 것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밝은 지식의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태양이 비추는 동굴 밖의 세계는 진리의 세계, 다시 말해 이데아의 세계이다. 그 이데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이데아는 태양에 비유되는 선의 이데아이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이성주의, 이상주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전개시켜나간다고 볼 수 있다. 플라톤에게 있어 영혼은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플라톤은 영혼이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혼불멸설과 상기설을 주장한다. 인간은 전생에 영혼으로 존재하며 그 영혼은 참된 관념들을 소유한다. 그러나 영혼이 육체와 결합하는 순간 참된 지식은 망각된다. 그래서 현실세계에서의 인간은 살아가면서 사물들을 관찰하고 지식을 쌓으며 망각했던 참된 지식을 상기시킨다.
플라톤은 영혼 3분설을 주장한다. 이것은 즉 각 개인의 영혼은 이성, 기개, 욕망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이야기이다. 플라톤에게 있어 이성은 헤아리는 능력이다. 이것은 이성적 분별이나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합리적인 덕목이다. 기개는 갈등하는 능력이고 즉각적으로 반응되며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모두 내포한다. 또한 욕망은 헤아릴 줄 모르는 것이고 욕구는 충족시키는 것이며 비합리적인 적이다. 플라톤은 지적 수련을 통해 이성, 기개, 욕망을 각각 지혜, 용기, 절제의 덕으로 발현할 것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국가철학에 적용된다.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또는 장인)의 세 신분이 있다. 플라톤은 이 세 신분이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다른 신분을 침해하지 않을 때 국가는 가장 국가다운 면모를 갖추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능주의(functionalism) 관점의 효시(嚆矢)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에 있어서 국가의 정의는 국가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정의롭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자기 본분을 다하는 정의의 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개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본분을 다하면 국가는 저절로 자기의 기능을 다하는 국가, 정의로운 국가가 됨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국가를 통해서 세상의 정치체제를 5개로 구분한다. 최선자정체(aristokratia), 명예지상정체(timokratia), 과두정체(oligarchia), 민주정체(dēmokratia), 참주정제(tyrannis)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치체제 속에서도 최선자정제(aristocracy)를 최고의 정치체제로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최선자란 귀족을 의미하고 플라톤에게 최선자는 철인왕(philosopher king)이다. 플라톤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라를 구성하는 계층을 세 개로 분화했다. 통치자 계층은 머리의, 수호자 계층은 가슴의, 생산자 계층은 배의 덕을 잘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3주덕과 연관성이 있고 이 3개의 덕이 조화를 이룰 때 정의라는 덕목이 실현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통치자는 개인의 미덕으로 지혜와 용기, 절제의 미덕을 고루 갖춘 정의의 덕을 지녀야 한다. 국가이성으로는 지혜의 덕을 요구한다. 또한 수호자 계층은 국가의 보호와 질서를 필요로 한다. 용기의 덕을 지녀야한다. 또한 생산자(또한 장인) 계층은 절제의 미덕을 필요로 한다. 이 계층은 보통 대중에 해당되는데 이들에게는 물질적 요구를 충족시켜 쾌락을 누리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다.
플라톤은 또한 철인(哲人) 정치를 주장했다. 여기서의 철인은 단순이 지혜로운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상을 초월해 이데아를 인지할 수 있는 자’를 뜻한다. 플라톤은 많은 저작들에서 주지주의적 사상을 표현한다고 한다. 이렇듯 통치자 또한 ‘정치’에 대해 아는 자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기 플라톤의 저작에서 철인왕은 보통 일방향적인 통치자이다. 이런 면에서 엘리트주의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기 저작에서는 정치가에서 법률로 넘어가며 피통치자에 대한 소통도 전제하고 있다. 플라톤이 철인정치에 대해 논한 것들을 상당히 진보적인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교육권이나 공정한 인재선발 등 당시 시대적 상황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플라톤은 또한 국가에서 공직자 윤리에 대한 부분을 지적한다. 플라톤에 있어 통치계급은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사적 교육도 금지될 뿐 아니라 공동양육은 주장하기도 하고 아내를 공유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지배계층을 일종의 공산주의적(communism) 제도로 운영해 사적이익이 공적인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이것은 당시 시대적 정황으로 보았을 때 매우 급진적인 사상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