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재정 1 - 내 삶의 진정한 주인 바꾸기 왕의 재정 1
김미진 지음, 홍성건 감수 / 규장(규장문화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일러둘 것은 이어지는 서평이 비판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아끼시는 분은 가급적 안 보셨으면 하는 것이고, 또 나는 이 사람 개인의 종교적 체험 자체는 존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개인의 종교체험을 책으로 내고 강의까지 하기에 이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 책을 굉장히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책은 이솝우화에 나온 <금도끼 은도끼> 수준의 책이다. 그러니까 저자는 본인이 원래 신을 믿으며 선행을 하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나쁜 나무꾼)이었는데, 그로인해 100억을 빚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윽고 신을 제대로 믿으면서 보상을 바라지 않고 신을 따르는 ‘착한 나무꾼’이 되자 신은 100억 빚을 탕감하도록 도와주고 지금은 월 소득 1억 이상의 사업자(금도끼, 은도끼)가 되었다고 간증한다.

저자는 맘몬으로 상징되는 돈의 노예가 아닌 기독교 신의 노예가 되면 모든 재정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성경에 쓰인 대로 돈을 쓰고 하늘나라 창고에 저축하면 이자율이 최소 3000%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 서두에는 자신이 번영·기복신앙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책도 번영신앙이다. 예수 잘 믿으면 결과적으로도 좋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그 논리를 벗어나는 예화가 없다. "나는 기복신앙, 번영신앙은 아니지만 예수 믿으면 병 낫고, 부자되고 짱짱맨 된다"는 소리를 길게 써놓았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하면 동일하게 부채를 탕감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신은 인격적이고 의지가 있는 신이라기보다는, 어떤 신앙적 행위를 하면 보상해주는 자판기인 것이다. 이게 번영신앙이다.

저자는 책 서두에 신이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해서 그것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그 이후에는 자기 외모를 비하하는 사람들 때문에 신에게 ‘설화수’ 화장품을 달라고 기도한다. 저자는 갑자기 설화수 화장품 선물을 받게 되는데 주는 사람이 ‘하나님이 너한테 꼭 설화수로 선물 주라고 하시더라’하면서 선물을 준다. 티코를 살 돈을 선교지에 보내자 벤츠를 선물 받는 등 온갖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 저자는 신과 거의 카톡 수준으로 대화한다. 저자는 하나님 나라의 경제 논리를 거래가 아닌 ‘선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모든 이익, 특히 빚을 갚게 된 결정적 이유인 부동산 차익을 통해 얻은 폭리는 다 '거래'로 얻은 이익이다. 자기 입으로 얘기하고도 그것에 문제를 못 느낀다. 빌딩을 꼭 30억에 팔으라고 한 신 역시 마찬가지.

막스 베버는 유대-기독교의 신을 천민의 신이라고 규정한다. 유대-기독교의 신은 고대에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노동’을 하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성서에 나온 인물들 중에는 부자들도 있었지만 세속적 기준으로는 힘들게 살다가 죽은 인물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 책에 그런 언급은 없다. 바울은 자신이 약한 그것이 곧 강함이며, 자신의 육체의 질병, 그 자체로써 자신이 강해졌다고 이야기하지 종교 믿으니까 병이 나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수는 청년에게 당장 네 모든 재산을 팔라고 선언했지, <왕의 재정>처럼 빌린 것으로 생각'만' 하라고 하지 않았다. 신의 이름으로 약하고 가난하고 병들고 찢어지고 아픈 그 자체로서 선할 수 있는 것이지 부정적인 것이 모든 긍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불쏘시개가 맞다.

왕의재정은 그저 번영신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번영신학의 한 사례일 뿐, 특별할 것도 없는 책이다.

저자는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은 참 혐오스러운 책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그렇다. 이 책이 한국 개신교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들의 욕망을 성화(聖化), 즉 종교적으로 정당화해주기 때문이다. 예수는 모든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라 했다. 하지만 개신교인중에 그러고 싶은 사람은 없다. 김미진은 그저 몇가지 지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성이 있든, 없든 내가 욕망하는 것을 정당화해주니 이게 내 복음인 것이다. 퍽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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