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행복 범우문고 134
김소운 지음 / 범우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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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 수필집, <가난한 날의 행복>

바둑판의 재료가 되는 '비자목'이라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이 비자목으로 만든 바둑판은 일등품 바둑판이 된다. 일등품 바둑판 위에는 '특급품' 바둑판이 존재하는데, 비자목 바둑판에 머리카락 같은 긴 흉터가 있으면 그게 바로 특급품이다.

비자목이 갈라져서 균열이 생기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여기서 비자목은 일등품 바둑판에서 목침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는데, 균열이 생긴 비자목을 천으로 둘러 1년, 3년 놔두면 비자목 특유의 유연성으로 인해 이 균열의 틈이 메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틈이 메워진 비자목으로 만든 것이 바로 특급품 바둑판이 되는 것이다.

김소운은 예기치 못한 과실과 이를 극복하는 유연성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과실할 수 있다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게 인간이라고. 하지만 이 과실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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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淨化)되는 굳세어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느 과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과실, 제 상처를 제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비자반'의 탄력― 그 탄력만이 과실을 효용한다. 인생이 바둑판만도 못 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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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 <특급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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