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근대 -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 인문정신의 탐구 16
김덕영 지음 / 길(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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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의 환원근대, 헬조선에 관한 하나의 해명

헬조선이 대두된 지도 벌써 4년 전이 지났습니다. 헬조선에는 굉장히 다양한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었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이럴까?"하는 헬조선의 원인으로 귀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환원근대가 그에 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성은 사회학의 주요한 연구대상이기도 하고, 몇몇 학자들은 사회학이 근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서 한국의 근대성을 규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존재했습니다. 추격형 근대화, 식민지 근대화론, 압축근대, 동원된 근대, 중층근대 등이 대표적인 논의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다양한 한국의 근대성에 관한 해명 중, 환원근대와 생존주의 근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환원근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전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에 관해 말씀드리면서 김덕영 선생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사회이론가로서 독일 괴팅엔에서 베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시고, 베버와 짐멜에 관한 연구로 독일 카셀대학교에서 교수자격논문(하빌리타치온)을 획득하십니다. 이후 독일학계에서 인정받는 사회학자가 되십니다.

환원근대에서 김덕영 선생님께서는 한국 근대성을 '환원'이라고 특징지우고, 전에 포스팅에 언급한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국 근대성을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하십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루만의 기능적 분화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합니다.

루만에 의하면 신분사회였던 전통사회와 달리 근대사회는 기능에 따라 사회가 분화된다고 봅니다. 기능에 따라 분화된 사회에서는 체계가 발생하는데, 구체적으로 정치, 경제, 법, 과학(학문), 종교, 예술, 교육 등의 체계로 분화됩니다.

이 체계들은 코드, 프로그램, 매체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나갑니다. 각각의 체계들의 서로에게 독립적(폐쇄적)입니다. 그러니까 '진리/허위'라는 이항코드를 가지고 '새로운 인식생산'이라는 기능을 담당하는 과학(학문)체계에서 합법/불법(법체계), 야당/여당(정치체계), 소유/비소유(경제체계)의 이항코드는 외부화됩니다. 기능 분화된 사회에서 학계는 법정이 아니고, 연애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루만이 본 근대사회는 사회의 하위시스템(체계)들이 고유의 논리를가지고 사회의 기능을 담당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기능분화된 사회에는 정점도 중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루만의 이론처럼 사회의 각각 체계들이 제 기능을 하는 사회와 다르게 한국의 근대성은 박정희 정권에서 주조된 '국가재벌동맹자본주의'가 한국 근대성의 심층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근대는 각각의 체계가 고유의 기능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체계가 경제적인 것으로 환원된 경제적 근대성입니다. 대중매체도, 교육체계도, 학문체계도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으로 환원되고, 정치가 종속되면서 동맹을 결성한 근대성인 것입니다. 이 정점과 중심에는 정치권력과 경제논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제, 정치체계의 과잉에 의한 환원근대에서는 네 가지 원리가 추출됩니다. 첫 번째, 경제가 곧 근대이며 경제성장이 곧 경제다. 두 번째, 국가와 재벌이 곧 경제다. 세 번째, 경제가 근대화 되면 경제 외적영역도 근대화 된다. 네 번째, 전통은 근대의 토대가 되어야하거나 근대에 자리를 내주어야한다.

한국인들이 해외에 영향력을 미치면 꼭 따라나오는 기사가 '누구의 경제적 가치' 따위의 기사입니다. 예술가이든, 가수이든, 스포츠스타이든 모든 가치가 경제적으로 환원되는 것이죠. 김덕영 선생님은 경제적 근대가 아닌 사회의 다양한 영역이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고유의 작동을 하는 '사회적 근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대한민국은 왜 이럴까에 관한 한 해석이 담긴 <환원근대>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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