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열심히 산다고 인생의 종장에 트로피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피어나는 욕망이 어디서 왔는지 검증해야 하고 검증된 욕망을 토대로 미래를 향해 내딛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개인 단위의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개인과 개인 간의 오염되고 황폐화된, 서로를 속물 세계관으로 전염시키는 네트워크를 복원해 나갈 수 있다. 치밀하고 냉철하기 그지없는 저자의 문장들 너머로 기어코 깃발을 세우고 말겠다고 작심한 저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언뜻언뜻 보여서 위로도 되고 재미있었다.
아름다움의 상실의 시대. 그것을 갈망하고 완성하고 초월하려던 시대. 다가오는 시대가 아직 무엇인지 모르던 시대. 1914년을 이미 아는 후대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거리, 예술가들의 사적 공간들을 통과한다. 어쩌면 이후의 역사를 알고 모르고는 중요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단지 살았을 뿐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이런 내용,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왔다. 저자의 냉철한 분석 행간마다 비통한 심정이 읽힌다. 그러나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의 이름 또한 외교의 시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