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사 3부작
카를 마르크스 지음, 임지현.이종훈 옮김 / 소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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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설명. 명쾌한 문장. 이게 동시대에 쓰인 역사 서술이라니 현재에 대한 우리의 우둔한 이해를 헤아리면 더 놀랍다. 훌륭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사적‘인 이 책에서 오늘날 우리를 이해하는 ‘전범‘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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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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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예외 없이 모든 인물의 겉과 속에 깊이 뿌리 내려 있어 언뜻 너무 과장된 문체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오히려 얘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러니까 자메이카라는 한 세계가 작중에서 새롭게-지옥스럽게-구축되어 감에 따라 인물들은 왜소해지고, 그들의 욕설은 차라리 그들의 '자아'를 호위하는 '무기'처럼 여겨진다. 고슴도치 같달까. 


인물에 대해, 사실 작가는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망가져 있지 않았다는 걸 얘기한다. 거기에 적잖은 지면을 할애했다. 물론 그게 속시원히 드러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무신경한 듯 적잖이 공들인 작가의 안배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파파-로가 가장 노골적인데 인물들은 망가져 가지만, 자기 안에 결코 죽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작가가 이 지점에 사활을 걸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수는 언뜻 맥거핀처럼 여겨졌으나 작품 진행에 따라 점차 다른 의미로 바뀐다. 특히 1부 말미에 가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 커다란 느낌의 인물로 바뀐다. 인물들이 암살에 실패한 것은 단순히 '약'에 잔뜩 취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그들은 애초에 가수를 죽일 수 없었다. 


문체를 제대로 살리려고 노력했을 역자의 분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매우 덜떨어진 것 같은 인간들의 상념으로 채워져 있으나 작품 자체는 매우 지적이다. 저자는 독자의 정신을 건드린다. 저자는 독자가 평온한 상태에서 깨진 상태가 되길 원한다. 몰입을 권하는 건 저자의 권한에 해당하지만, 저자는 독자로부터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흔든다. 그리고 흔들려야 또르르 굴러 자메이카 땅에 떨어져 비로소 '죽은 사람'의 눈을 얻게 된다. 


곳곳에서 논리적인 문장이 순식간에 감정들로 이지러진다. 작품 속 공간과 인물을 닮은 듯한 너덜너덜한 사고가 무슨 장벽처럼 지면을 채운다. 어느 곳에선 레게 음악이, 어느 곳에선 락큰롤이, 또 어느 곳에선 비명과 총성이 들린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현실을 맨정신으로 지켜보고 때론 너무나 현실적인 비현실을 몽롱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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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존 헤밍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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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 이후 남아메리카 대륙은 서구 정복자들에게 열린다. 그리고 그곳의 역사는 서구 역사의 궤도에 올라 합쳐진다. 이 책은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파열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존 원주민을 아끼는 마음이 절절이 묻어나는 저자의 시선은 마치 자기 혈육의 슬픈 역사를 들추는 것 같은 비통함으로 가득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원주민들의 핍진한 삶과 역사가 슬프면서도 따뜻한 느낌으로 복원된다. 그리고 그는 서구인들의 죄를 낱낱이 밝히는 한편으로 그들에 대한 이해를 시도한다. 용서한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오만한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서구인들의 야만스러운 상태, 역사에 대해서도 침착하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역사책이지만 '사실'들를 가득 채운 그런 건조한 책이 아니다.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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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혁명사 1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4
로널드 사임 지음, 허승일.김덕수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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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 참고 2권까지 완독할 수 있다면 이 책이 다루는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로마 제국 성립 시기에 대해 마치 당대 제일의 지식인의 눈을 빌린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급한 눈일 테다. 독자를 힘들게 하는 몇 가지 허들이 있는데 그걸 감수하고도, 이 책은 확실히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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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히스토리 - 자연을 탐구한 인간의 역사
존 앤더슨 지음, 최파일 옮김 / 삼천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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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흥미로운 생각을 두 개로 모아본다. 


우선 하나, 이 책은 결국은 열정에 관한 이야기에 퍽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옛날 자연학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드러내려고 많은 애를 쓴다. 예를 들어 배멀미로 정신을 못 차린 이야기는 애교에 해당하고(다윈), 배편 사정에 의해 엇갈린 학자로서의 운명이나, 서신 교환에 몇 달씩 걸린다는 이야기, 표본을 수천 수만 개 단위로 모았다는 이야기, 기껏 모았더니 바다에 풍덩 빠져서 다 날렸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데로 탐사를 떠난다는 이야기(월리스), 사막이든 고지대든 정글이든 - 이것이 책이기에 망정이지 기꺼이 그곳으로 몸을 던진, 언뜻 철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러한 고생담 반대편에는 결국 '열정'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밀어붙였나. 이건 그 자체로 흥미로운 주제이고 긴 흐름으로 - 이 책의 저자가 자연학자라는 데 착안하면 더 흥미로운데 그 '열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앞선 시대의 열정은 새로운 조건을 만들고 새 세대의 자연학자는 그 조건 위에 새로운 조건을 만들고 - 그렇게 자연사란 게, 생물학/생태학이란 게 성립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책을 거의 다 본 시점에 마침 애니메이션 '업(Up)'의 일부 장면을 다시 보게 됐는데, 이 책의 이러한 주제의식과 맞닿는 데가 있다고 느껴졌다. '자연'으로 찾아가려는 소년과 자연 따위 애저녁에 잊고 집에 틀어박힌 노인이 처음 조우하는 장면인데 - 이 책 안에서 날뛰는 자연학자들과 묵묵히 도시 문명에 익숙해진 평범한 독자의 조우에 비유할 만하다. <업>에서 소년은 열정 따윈 다 식어버린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 할아범의 집 문을 두들긴다. 노인이 용건을 묻자 소년은 가슴팍, 정확히는 심장을 가리키며 - 수많은 뱃지를 모았는데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신을 도와 "하나만 더 채우면 저는 곧 소년 야생탐험대원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한마디 더하는데 그 대사는 이렇다. "야생 탐험은 우리들의 목표다! 고! 고!" 이 작품은 결국 소년이 아니라 노인이 '재생'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무튼 자연학들의 어린 시절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이 책의 저자도 사실 이 '노인'에 관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는 데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사실 그 앞선 두 개 장에서부터 자연사란 학문 분야가 시나브로 정작 '자연'과 동떨어지고 있었으며, '자연'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학자'로 길러내고, 나아가 사람들을 자연에 데려가줄 안내자가 부족해진 현재를 우려한다. '실험실' 학파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거라며 특정한 역사적 시점이 책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자연학자라는 걸 감안하면, 게다가 그가 앞선 시대 위인들을 끌어당긴 자연의 힘과 그에 반응한 열정에 주목하고 있음을 헤아리면, 장기 관점에선 아마 자연사의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 이 책은 정직하게도 근대적 학문 분야로서 자연사의 역사를 열심히 전해준다.

결국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지 않은 자연사의 역사를 수다 떨듯이 다 말하고 만다. 아마 '미국학자'라서 발생한 약간의 불가피한 조건을 제외하면 다 한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로마 제국 시대에서부터 자연사의 뿌리를 찾지만, 그리고 구태여 중세 시대를 이야기에 포함시켰지만 - 이 역시 단순히 박람의 의도가 아니라 자연사라는 거대한 물결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 넣은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 결국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칼 폰 린네(카롤루스 린나이우스)이다. 린네는 그의 이야기가 포함된 장에서 레이란 자연학자와 비교되는데, 결국 이 장은 생물학/생태학이 근대적 학문으로 분기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린네 또한 여전히 종교적 세계관 속에서 안식을 얻는 시대에 살았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이미 상당히 '불온한' 시각을 무의식적으로 체화하는 데 성공했던 것 같다. 린네는 이후 자연학자들의 언어가 될 근대적 명명법과 종속 분류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유럽 안에서 하는 학문과는 비교가 안 되는, 현장을 찾아가는 대탐험 시대가 열리고 마침내 다윈이 탄생하기까지 이른다. 이 책에서도 느끼는데.. 다윈이 아니었더라도 <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서든 탄생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저자도 실은 그런 비슷한 말을 한다. 월리스의 이야기가 곁들어지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박물학자 훔볼트에 관한 장에서는 자연에 관한 지식이 다른 체계적인 지식(박물학?)과 접목되어 시너지 효과(지질학 등?)가 일어나고 일급 지식으로 유통되는 시대가 열렸음을 선명하게 잘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후대에 아가시라는 시대착오적 학자의 등장도, 대중 차원의 지식 보급이란 차원에서 나로서는 막연하게나마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월리스와 베이츠는 본격적인 수집과 지식 축적의 시대로, 개체 단위의 연구에 관한 한 거의 모든 것을 열어젖힌 시기의 이야기로 읽혔다. 

이후 자연은 더 이상 자연으로만 남지 않고 개발지역으로 속속 바뀌어 갔고, 특히 저자가 사는 미국은 더욱 노골적이었던 것 같다. 그에 따라 개체 수집에 관한 얘기를 넘어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립되고, 파괴를 멈추고 보호/보존을 해야 한다는 담론이 유통되기에 이른다. 소로라는 지식인 유형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도, 참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자연학자로 묶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너무도 유명한 레이철 카슨에 이르면 사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 그와 운명을 공유한다는 인식에 닿는다. 앎 끝에는 그저 둥글둥글한 저자 같은 자연학자들이 나와 있다. 물론 그가 구사하는 전문적인 용어나 최신의 학계 동향에 관한 이야기는 짐작만 할 뿐 알아듣지 못했지만.

만약 인접한 분야의 종사자라면 - 문외한에 가까운 독자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저자와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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