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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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예외 없이 모든 인물의 겉과 속에 깊이 뿌리 내려 있어 언뜻 너무 과장된 문체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오히려 얘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러니까 자메이카라는 한 세계가 작중에서 새롭게-지옥스럽게-구축되어 감에 따라 인물들은 왜소해지고, 그들의 욕설은 차라리 그들의 '자아'를 호위하는 '무기'처럼 여겨진다. 고슴도치 같달까. 


인물에 대해, 사실 작가는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망가져 있지 않았다는 걸 얘기한다. 거기에 적잖은 지면을 할애했다. 물론 그게 속시원히 드러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무신경한 듯 적잖이 공들인 작가의 안배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파파-로가 가장 노골적인데 인물들은 망가져 가지만, 자기 안에 결코 죽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작가가 이 지점에 사활을 걸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수는 언뜻 맥거핀처럼 여겨졌으나 작품 진행에 따라 점차 다른 의미로 바뀐다. 특히 1부 말미에 가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 커다란 느낌의 인물로 바뀐다. 인물들이 암살에 실패한 것은 단순히 '약'에 잔뜩 취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그들은 애초에 가수를 죽일 수 없었다. 


문체를 제대로 살리려고 노력했을 역자의 분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매우 덜떨어진 것 같은 인간들의 상념으로 채워져 있으나 작품 자체는 매우 지적이다. 저자는 독자의 정신을 건드린다. 저자는 독자가 평온한 상태에서 깨진 상태가 되길 원한다. 몰입을 권하는 건 저자의 권한에 해당하지만, 저자는 독자로부터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흔든다. 그리고 흔들려야 또르르 굴러 자메이카 땅에 떨어져 비로소 '죽은 사람'의 눈을 얻게 된다. 


곳곳에서 논리적인 문장이 순식간에 감정들로 이지러진다. 작품 속 공간과 인물을 닮은 듯한 너덜너덜한 사고가 무슨 장벽처럼 지면을 채운다. 어느 곳에선 레게 음악이, 어느 곳에선 락큰롤이, 또 어느 곳에선 비명과 총성이 들린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현실을 맨정신으로 지켜보고 때론 너무나 현실적인 비현실을 몽롱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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