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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24년 12월 3일 비상게엄이 선포되고,다음날 비상게엄은 해제가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시계는 그때부터 안개속으로 향했다. 다수당 야당과 소수당 여당 간의 본격적인 대결이 촉발된 것이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시작되었고, 헌재의 판결을 기다렸다.
그때 유튜브에서 신경안정제로 가장 큰 역할을 한 분이 바로 '유시민'작가(이후 유 작가님)셨다. 유 작가님의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여러 해석들이 조급함에 밤마다 선잠을 자며 긴급 뉴스가 떴나 안떳나 확인하는 우리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난가'병에 걸린 일부 정치인들이 나와서 게엄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했고, 이 행동에 대해서 유작가님이 색다른 해석을 해주셨다. 그때 어느 한분의 정치인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졌는가?'라는 책을 보이면서 본인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충고한 유 작가님에게 맞짱?을 떴는데, 그것을 본 유 작가님이 지금 트럼프 2기 시대에는 그 책 다음에 나온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읽어야한다면서 이 책 소개를 한 것이다.
오호라... 일단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맞다. 우리나라 현재 정치상황이 딱 그렇지 않은가? 소수인 여당이 다수인 야당을 지배하고자 했고, 그 결과가 바로 비상게엄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만 갑자기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행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일어난 적이 있는 행위였던가?
그 궁금증이 이 책을 구매하고 읽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직접 민주주의, 즉 국민이 국가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을 선거를 통하여 선출할 때는 최고 득표를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원칙 아닌가? 각 지역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최고 득표를 한 후보 한명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 국회의원이 현재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이면 여당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야당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 최고 권한은 입법기관이라는 것이다. 보통 1/2 이상의 찬성, 어떨 때에는 2/3 이상의 찬성으로 각종 법률을 통과시켜 우리의 일상을 규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다수당이 될 때 가장 신속하고 빠르게 각종 법인이 통과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다음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한 후 대통령 자리를 평화적으로 물려주면(권력 이양) 되는 것이다.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이 책에서는 이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물러나는 쪽에서 앞으로 다시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하고, 둘째는 물라나는 쪽 정당이 다음 선거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다음 선거까지 내가 속한 당이 사라질 것 같거나, 다음 선거에서 이길 확율이 거의 없다고 인식하는 순간, 극단적 소수에 의하여 매우 상식적인 민주주의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승패를 떠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전략을 거부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자가 아닌 정치인은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고, 폭동을 조직하고, 반란을 조장하고, 폭탄 투척 및 암살 등 다양한 테러 행위를 계획하고, 정적을 물리치거나 유권자를 위협하기 위해 군대나 폭력배를 동원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니, 이거 딱 지금의 대한민국 이야기 아닌가?
이 책에서 느끼는 통찰력은 우리가 경험을 통하여 어렴풋이 알고 있던 하나의 맥락을 요약하여 콕 찝에서 명문화해주는 내용이 탁월하다. 그러면서 세계의 다양한 정치 역사(미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남미, 유럽 등)들을 때로는 자세하게(미국에 대해서는), 때로는 짧지만 강렬하게(태국, 페루 등)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극단적 소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별점을 4개 주는 구매자들을 보면, 이 내용에서 좀 지루함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ㅎ)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논의해야하는 세 가지 개혁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을 무조건 관철시켜야 민주주의가 몰락하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국가가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투표권 확립이다.
둘째는 선거의 결과가 다수의 선택을 반영하도록 만들어야한다.
셋째는 지배하는 다수이 힘을 강화해야 한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세 가지 개혁이지만, 심지어 민주주의의 대표 국가인 미국에서도 이 세가지가 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지키지않으면 소리소문없이 변질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그래야 우리가 누렸던 혜택이 후대에게도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