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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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목수정-

이런 류의 에세이는 ‘우리나라는 왜 이모냥이지?’ 라는 격렬한 비판에서 시작해 ‘좋겠다, 부럽다, 내 자식에겐 미안하다’는 식의 자조석인 푸념으로 끝나곤 한다. 그래서 어짜라고, 나 혼자 바뀐다고 될 일인가? 그딴건 모르겠고 그냥 난 내자식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결말에 도달하고 나면 도대체 내가 이 책을 왜 읽었는지에 대한 한심함만 남게된다.

나라전체가 꿈틀대던 촛불 혁명에도 한 번 참여하지 않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인 지능이 백치에 가까운 나에게 이 책은 좀 과분한 선물 같은 책이었다. 뼈속까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 살면서 누군가의 실패를 개인의 무능이나 불운에 돌려버리는 성공지향적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식견이 부족하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이 익숙하지 않으니 여러 책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속한 사회나 나의 문화적 배경을 객관적 관점으로 보긴 어렵기만 하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나 의지가 어디로부터 기인했는지, 삶에 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면된다는 말은 개인을 착취하는 사회제도적 불공정 시스템을 정당화 시키는 기제가 되었음을 말하는 다양한 논의들. 경쟁을 자연스럽게 부추기는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당장 입시 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이의 사교육에 대한 내 입장과 선택은 어떠할 것인가? 표면적이지만 그 끝은 교육과 인간에 대한 부모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관에 닿아있는 이런 질문에 나는 얼마나 대답할 수 있을까.

교육이 바뀌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그것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들의 힘으로 가능해 질 것이다. 더 나은 변화로의 움직임은 인류의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계속되어 왔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지금은 미비하지만 언젠가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 나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무엇이 옮은 지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경쟁을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가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실천해본적은 더더욱 없는 나를 반성하게 한 책이었다. 프랑스의 중 2도 말할 수 있는,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를 나는 말할 수 있고 삶 속에서 지켜나가고 있는가? 깊게 생각하고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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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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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 -이나미-

책을 읽고 -물론 완벽하게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깊이 있게 읽지 않을 것 같아- 서평을 정리하려 알라딘에서 검색을 하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내가 읽은 책 표지는 나오지 않았다. 매우 글래머러스하고 육감적인 그림의 일본 만화 책만 나와서 혹시 벌써 절판? 그럴리가 없는데... 그래서 작가 이름을 치고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 보며 내려가며 간신히 찾았다.

그간 미래를 전망한 책들 중이 이렇게 인간의 변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언급한 책이 있었던가? 나의 짧은 수준의 깨달음으로는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미래를 전망한 책은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 양상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기술의 변화로 인해 인간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묘사한다. 미래에 있음직한 어느 한 상황이나 장면을 소설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그 묘사가 마냥 얼토당토하지 않아서 우울했다. 무엇이 인간적인가? 내지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모두 사라지고... 그냥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현상들만 가득찬 우울한 느낌. 그게 이 책을 읽은 나의 감상이다.

친구들과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을 집중적으로 시키는 이유를 얘기 한 적이 있었는데, 선행은 현재시점에선 결과가 검증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선행학습을 해도 알아듣는 꽤 많은 아이들이 있겠지만, 한편으로 꽤 많은 아이들이 적기에 배워야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선행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가 선행은 잘 못해도 어디서 검증 받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떠하든 결국엔 남는 장사라는 의견이었다.

굳이 내가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
미래에 대한 수 많은 책들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이와 비슷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름 현상에 기반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플어나가겠지만 꼭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선행학습이나 미래나 지금 당장 검증할 수는 없고, 맞으면 참 잘한 거고, 틀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이렇게 비판적으로만 볼 책은 아니었는데, 책에 묘사된 인간의 모습이 너무 우울하고 슬프고 사람냄새가 안나는 것 같아서.. 내 아이가 이렇게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들과 살아가야 한다는게 슬퍼서, 이 책은 꼭 틀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바이다.

참! 제목을 찾으며 고생했던 이유를 고백할 때가 되었다.
제목이 “다음인간”인데 “미래인간”이라고 검색했으니, 아무리 찾아도 나올리가 없지. 어설프게 아는 것 만큼 위험한 건 없다. 책도 완독하지 않고 이렇게 주절거리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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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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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술을 끊고 돌아본 자신, 그리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기암시. 술을 끊으면 좋은 점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곳곳에 드러나 있는 술에 대한 묘사가 당장 술을 마시고 싶어지게 하는 아이러니가 가득한 책.

알콜 때문에 남들은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다이나믹한 이벤트를 일년에 한 번씩 겪는다는 평을 듣기도 한 내 젊은 시절, 창피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럽고, 험한 세상에 대해 그렇게 무지했음을 깨달으며 느껴지는 오싹함이나 아찔함. 이렇게 무사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

이 작가가 하는 이야기는 술을 끊음으로서 비로소 마주하게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주관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술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긴 어렵다. 중간 중간에 사회과학적 연구 결과나 데이터들이 나오지만 그냥 알콜 의존증으로 고통받던 한 인간이 금주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되고 있는 느낌이 더 강하다. 즉 이 책을 읽고 술을 끊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되지는 않을 꺼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사람의 에세이가 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가끔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묘사해 둔 것 같은 부분도 많았다. 술과 결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냥 어느날 갑자기 신의 은총을 입은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부분도 다 이해가 되었다. 취한 다음날 막연히 이렇게는 삶을 지속할 수 없을 것같은 절망적인 느낌에서, 술 하나를 멀리 치워버림으로서 찾는 자유, 그 느낌을.

금주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치료처럼 금주를 위한 모임에 지속적으로 나가 서로를 위한 안전망이 되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했다. 또한 술로 인한 각종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다다 공감한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부끄러운 행동들. 술로 인한 문제는 술을 끊어야 멈춰질 수 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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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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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쓴 저명한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올리버 색스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그 밖의 책을 읽어 본 것은 아니라 그저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가보다 생각했었는데 그간 저서를 통해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따뜻한 과학자로 꽤 유명한 분인것 같아 이제서야 알게 된 게 좀 부끄러웠다. 뭐 부끄러운 걸로 치자면 내가 읽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잘 모른채 이렇게 서평 나부랭이를 쓰고 있는 것이 더 하겠지만.

아무튼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꽃 연구를 통해 진화론에 대한 최고의 증거를 제시했다는 것, 정신 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가 한때는 신경학자로 인간 행동을 연구했다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과학자들의 업적에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의 사례와 연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 의식이 무엇인 지에 대한 탐구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던 것 같다. 또한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과학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와는 또 어떤 관계를 맺는 지에 대해서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 왜 의식의 강인지,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독립적인 내용의 차례들이 저자의 의식의 흐름과 궤적을 같이 하는 게 느껴졌다. 저자는 전이된 암 투병 중에 자신의 자서전을 쓰고 그 동안 썼던 글을 모으고 정리하여 이 책을 마지막으로 썼다고 한다. 의식의 강이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전 생애를 거쳐 연구했던 모든 학문과 사상들이 한 줄기로 통합되어 흐르는 느낌이 든다.

지난 번에 교수님을 뵙고도 느낀 거지만, 훌륭한 대가들은 어느 정도 학문의 깊이을 이루게 되면 그 동안 단편적으로 했던 여러 가지 연구들을 하나로 통합해 내는 것 같다. 그 동안 해왔던 이런 저런 주제의 연구나 일들이 독립적이고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결국 큰 줄기로 엮어 진다는 것. 가끔 노회한 소설가의 처녀작을 읽으면 그 후에 그 작가가 어떤 글을 썼는지에 대한 씨앗을 찾아낼 수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데 학자들은 반대로 단편단편의 일들이 큰 줄기가 되는 듯한.

그래서 문득 든 생각. 중장년에 매력을 발하는 괜찮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괜찮아 질 만한 사람들이었는지, 아니면 괜찮은 일을 하나 둘 하다보니 그렇게 멋있게 된 건지. 뭐 어떤 게 답이 되든 중장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꼰대가 아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뚱맞은 결론. (엊그제 만났던 예전학교 젊은 선생님들한테 얘기한 손발 오그라드는, 다시 생각하기 민망한 설교(?)를 반성하며...) 내 머릿속의 수천만 개의 뉴런과 기타 등등의 것들이 만드는 ‘의식의 강‘ 수준은 딱 여기까지 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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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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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권여선

권여선 작가는 지난번 ‘안녕 주정뱅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편에 우리 나라 소설은 예전부터 안 읽은지 오래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글은 음식 관련 에세이이다. 아니 정확히는 안주 이야기에 가까울 것 같다. 술을 마시려는 사람에게 모든 상황-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슬플때나 기쁠때나-이 술 마시는 이유요, 모든 음식은 다양한 주종에 따른 안주가 될 수 있으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쓰는 본격 안주 소개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안녕 주정뱅이를 읽을땐, 슬픔에 겨워 혹은 인생에서 버티기 위해 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인물들 속에 자꾸 작가가 오버랩되는 느낌이라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술때문에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런데 이글은 너무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유쾌하단 느낌도 종종 든다. 정말이지 작가님과 만나 술 한잔 하고 싶어진다. 술과 관련된 글을 계속 쓸 경우 주정뱅이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 통쾌하게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 공언하는 작가의 용기. ㅋㅋ 그래 그렇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하는 그 정신, 내가 삶에서 특히 술취한 삶에서 종종 추구하는 바라서 더욱 공감이 된다.

이 책을 맨정신으로 읽는 것은 왠지 작가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예의가 아닌 듯 한데, 그렇다고 여기에서 나오는 음식들-정확히는 안주-을 하나씩 탐닉하며 한 잔 기울이기엔 내 음식 솜씨와 귀찮음이 더 커 그저 작가님이 소개하는 음식을 안주삼아 캔맥주만 까댈 수 밖엔.

-공부와 음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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