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에서 나온 사마리아인들을 비유한 제목 때문이랄까,

아니면 장하준 교수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이라고 낙인찍히기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국방부님들 완전 멋지세요 ^^  

더군다나 최근에는 불온서적 결정에 대해 헌소한 법무관들을 파면시켰다면서요 ^^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고 결정내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

 

뭐 여차여차한 이유로 어제오늘 양일간에 걸쳐 읽게 되었는데,

기존의 경제학적 통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다.

 

간단히 책의 목적을 보자면,

나쁜사마리아인들(개도국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선진국)을

변화시켜 개도국의 경제상황이 개선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무차별 경쟁보다 개도국의 능력부터 상승시키자는 이야기!

(방법으로는 보호 무역주의, 지적재산권 특허권 기간 줄이기,

외국인 투자 규제, 선진기술 이전 등)

 

그런데 과연 나쁜사마리아인들이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그들은 오직 이윤추구를 위해 달릴 뿐인데.

그래도 나와같이 이 책을 읽고 시야를 넓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p.35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 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 이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에서 따온 이야기이다.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지만,  

성경에서는 노상강도에게 약탈당한 한 남자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을 받는 사건이 인용된다.

아무래도 장교수님은 이 책의 제목을 정말로 잘 지으신듯!

일단 서양사람들은 기독교와 관련있다면 관심을 가지길 마련.

+ 나쁜 사마리아인의 대부분은 서양사람일듯?!

 

 

p.58

그러나 부자 나라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부자 나라들의 의도이다. 예컨대 선진국들은 특정한 정책의 채택을 대외 원조의 조건으로 삼는다거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채택과 같은) '착한 행동'에 대한 대가로 특혜적인 무역 협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특정한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와 협정을 맺었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다 알고보면 협정 조항들은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채택을 유도해 왔던 정책의 복사판들이었다;

 

p.94

자유 무역의 옹호국인 영국과 미국 두 나라의 경우 세계를 지배하는 산업 강국이 되기 전까지는 자유 무역 경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부자 나라들 가운데서도 가장 심하게 보호 무역을 실시했던 나라였다.

충격을 받았던 구절, 이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었다.

 

p.113

독자들은 보호주의적인 수입 대체 산업화 시기의 '성적이 형편없던 옛날'에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이 현재의 자유 무역 하에서 이룬 성장률의 평균 두 배에 이르렀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자유 무역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p.121

표면적으로 보면 WTO는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놓고 회원국들 누구나 똑같은 규칙에 의거해 경기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누가 이것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WTO 전체 회원국이 전체 협정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일괄 타결' 원칙이 채택되었다는 점이다. GATT 제도 하에서 각국은 어느 협정에 서명할지 선택할 수 있었고, 따라서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이 원하지 않는 협정, 예컨대 보조금의 사용을 제한하는 협정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괄 타결 방식에서는 전체 회원국이 똑같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전체 회원국이 관세를 줄여야 하고, 수입 쿼터제와 (극빈국에게만 허용되는) 수출 보조금, 그리고 대부분의 국내 보조금을 폐기해야 한다.

 

p.131

따라서 진심으로 개발도상국들이 무역을 통해 발전하도록 도우려 한다면, 부자 나라들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그랬던 것처럼 비대칭적인 보호주의를 용인하고 자국에 대한 보호의 수준을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 무역 체제는 개발도상국들이 유치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 - 보호관세, 보조금, 외국인 투자 규제 등 - 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p.242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권유하는 '건전한' 금융 정책 또한 개발도상국의 거시경제 운용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는 앞서 언급한 BIS 비율, 즉 BIS의 자본 적정 비율이다.

BIS 자기자본비율

-> BIS(국제결제은행)가 정한 은행 위험자사대비 자기자본 비율

    BIS 비율이 최소 8%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근래에 신문에 자주 나오던데 이제서야 알게 됨 -_- 게으른 녀석.

 

P.296

이렇듯 경제 발전에 확실하게 좋거나 확실하게 나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 속에 들어 잇는 '원료들'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어떤 경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우세할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우세할 수 있다. 시대적인 상황이나 지리적인 위치에 차이가 있다면, 설령 두 사회가 (회교나 유교, 혹은 기독교라는) 똑같은 원료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혀 이질적인 행동 양식을 드러낼 수 있다.

 

P.299

(아프리카와 남미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떠올리는) '오늘을 위해 사는 것' 혹은 '태평하게 사는 것' 역시 경제적인 조건이 빚어 내는 결과이다. 천천히 변화하는 경제에서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필요성이 그다지 많지 않다.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나 예기치 않은 충격을 예상할 때에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난한 경제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신용, 보험, 계약 따위의) 장치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장교수는 경제 발전이 문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도 스페인 사람들이 피에스타를 즐기는 것을 보면 문화(민족성)가 경제적 조건보다 우세한 경우이다. 이들은 분명 당장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피에스타 자체를 즐기는 것이니깐. 하지만 요즘은 경제력 악화로 피에스타를 줄이거나 없애자는 의견이 있다고도 한다.

 

p.320

능력을 기르는 데 투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당연히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그 희생이 무서워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다.

난 지금 이 시기가 미래를 위한 희생의 시기라 생각해.

하고 싶은 것 여럿 참고있거든ㅠ

 

p.321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개선하라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이 원칙 때문에 미국인들은 19세기에 자유 무역을 실시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핀란드 사람들은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 때문에 한국 정부는 1960년대에 세계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철소를 건설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은 19세기 말이 되기 전까지는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사람들은 외국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략)

앞에서 노키아의 전자 부문이 수익을 내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고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그저 전주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30년 넘게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실시한 뒤에야 비록 하급차지만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이 모직물 제조 부문에서 저지대국을 따라잡기까지는 헨리7세시대부터 시작해서 거의 100년이 걸렸다. 미국이 관세를 폐지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만큼 경제를 발전시키기까지는 130년이 걸렸다. 만일 이렇듯 시간을 길게 보는 시야를 갖지 못했더라면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견직물이, 영국에서는 모직물이, 미국에서는 면직물이 주력 수출 품목이었을 것이다.

 

p.323

능력의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정확히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까? 내가 내놓는 대답은 공업,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제조업이라는 것이다.  

(중략)

역사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근본적으로 나누어 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부자 나라들의 우수한 제조업 능력이라는 사실을 되풀이해서 보여 주고 있다.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더 중요하게는 생산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