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찔렸다. 푹하고 꽂혔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은 나에게 딱 꽂히는 글이었다. 나는 무엇에도 푹 빠지지 못하는 성질이다. 그나마 계속 근근히 유지해온 거라고는 글을 좋아한다는 것 밖에 없다. 아니 사실은 그림, 음악, 글.. 모든 걸 좋아하고, 내 능력이 된다면 그 중 어느쪽에서라도 그 창작활동의 한편에 서서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족하나마 내가 일을 돕고 있는 어떤 교수님의 꼬드김에 대학원 생각도 들었다. 논문 쓰는 건 정말로 싫지만 공부란 것의 매력, 책에 파묻혀 사는 것의 매력은 떼어놀 수 없다. 나는 종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

이것도, 저것도 다 좋다니 그 답변하신 분이 비판하는 이십대 백수에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가. 많이 찔렸다. 계속 고민만 하고 있으니까 더 찔렸다.

어 그치만, 난 고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나아갈 길을 살피는 그 일련의 작업이 좋다. 고통스럽고 눈물날 만큼 우울해질 때도 있지만, 고민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은 그러한 고민들과 사유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무섭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주,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 망설인다. 푹 빠지지 못하는 내 성격은 시도 때도 없이 내가 하는 모든 취미활동과 생활과 공부와 기타등등에 설명을 요구한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가.', '넌 정말 이것이 좋은가.' '이길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기타 등등... 항상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이런 의문들은 가끔 나를 너무나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는 그러면 안간힘을 다해 그런 회의와 고민들을 향해 외친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걸 좋아하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거를 한다. 그렇게 내자신에게 설명을 하면서 나는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본다.

나란 인간은 한 없이 약해서 그렇게 고민하면서 밖에 살지 못한다. 나는 그 고민들을 통해 내가 버려야할 것을 버리고, 새롭게 다짐해야할 것을 다진다. 난 내가 버린 것들, 내가 지나쳐온 것들을 생각하기에 비로서, 내가 달려갈 방향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는 사람이란 얼마나 독선적인가. 자신이 무엇을 밟았는지, 무엇을 지나쳐왔는지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무엇을 향해 달리는 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일까.

난 뭘 선택해도 계속 망설이고, 계속 고민할 거다. 틀림 없다. 그렇지만 그 고민들이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감이나 자부심을 무너뜨리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질문한 사람도, 그리고 대부분의 20대 젊은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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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길게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를 한 다섯번 반복했다. 세시간동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이것도 결국은 고민과 후회, 망설임의 흔적이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젊은 시절은 그 세가지의 뒤범벅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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