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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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개정판을 읽었다. 어느 부분이 늘었는지, 구판이 너무 희미해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알 것도 같다. 진행이 좀더 루즈해지긴 했다. 그렇지만 숨막히는 그 느낌이랄까 그건 여전하다. 영화판 화차에서 그 장면이 재현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노숙자등 신원불명자 부고란을 뒤지면서 눈을 붉게 물들이고 야차처럼, '제발 죽어줘, 아빠. 제발 죽어줘.'라고 중얼거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장면이 가장 강렬하고, 숨막히고, 괴롭다. 화차는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부모의 빚 때문에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여자. 정말 평범했던 집이 점점 아주 천천히 수렁으로 빠져서 더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그냥 놓아버리면 좋을 텐데,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영리한 사람이라면 놓아버렸을 텐데, 파산이든 뭐든 했을 텐데, 그지경까지는 안 갔을 텐데. 몇번이나 되새기면서 소름끼쳐하면서 끊어내지 못하는 미련과 집착의 산물인 점점 불어나는 빚더미를 떠올린다. 아, 싫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하는 바람에 읽을 때마다 좀 힘든 책 두권이 있는데 하나는 집에 대해 다룬 이유(집에 대한 내 강박관념은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나머지 하나가 화차다. 그렇지만 사실 난 모방범보다도 이유와 화차가 더 미야베 미유키의 굉장한 느낌을 압축적으로 담아내지 않았나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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