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의 새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성석제씨의 소설집 혹은 수필집 혹은 꽁트집 혹은 거짓말 모음...

날카롭고, 우습고, 유쾌하고, 서글픈

어라? 느낌이 익숙한데. 라고 생각하고 나서 보니, 그저께 즈음에 다읽은 김훈의 세설(世設)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가 떠오른다. 성석제씨는 60년생이니까 김훈씨보다는 좀 젊군, 그렇지만 그래도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아저씨들임에는 다름없다.

아아 그시대 아저씨들은 모두다 그런가 보다. 온몸으로 현실과 부딪히고, 그 눈에 그 광경을 또렷하게 박아넣은 사람들은 모두다 그런가 보다.

-혹시 우리 아버지도 그렇지 않을까? 비뚤어진 말투에, 지겹지만 잠이 안와서 잠오려고 무협지를 읽지만 그 내면에는 그런 날카롭고 유쾌하고 서글픈 그런 무언가가 응어리져있는 게 아닐까?

김훈씨의 세설은 그 특유의 문체때문에 향이 진하고 송곳같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있다. 그치만 비참하지는 않다. 날카롭고 유쾌하고 서글픈... 그런 무언가의 느낌이 든다. 세상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선은 엉뚱하고, 그래서 재미있지만 사실은 그게 진실임을 알기 때문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아, 성석제씨도 그렇다. 물론 김훈씨는 좀더 조용조용하고, 나직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는 김훈씨는 그 많은 말들에 비해 과묵해보인다. 한편 성석제씨는 가볍고 소탈하다. 동네 세탁소 주인처럼 유쾌하고 수다스럽다. 거짓말쟁이지만 모두를 유쾌하게 만들어주곤 하는 어떤 아이와 같은 느낌도 있다. 그치만 이사람도 엉뚱한 거짓말 속에 진실을 담아낸다. 그의 아이러니는 세상의 아이러니. 세탁소 아저씨는 모두를 웃기지만 그 웃음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차이점을 빼면 두 사람은 '허허허'하는 너털웃음을 독자에게 짓게 하면서, 씁쓸하고 서글픈 세상맛을 보게 한다. 물론 세상이 그렇듯이, 내가 살아온 인생 또한 그렇듯이, 가끔은 정말로 멋진, 재미나고 따스한 이야기도 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 이라는 걸까...

중년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었던 거 같다.

... 설마 이대로 아저씨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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