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전야 1 - 드래곤 북스 031
진산 지음 / 시공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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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것은 사천당문의 후속편이다. 하지만 나는 사천당문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을 여기서 느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그 서글픔, 죽음.. 무협이라는 장르안에서, 호쾌한 액션 안에서 나는 그런 것을 느꼈다. 그래서 너무나 서글펐다. 물론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이라고 할만 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어떠한 지위에 놓임으로서 그것에 속박되는 삶이란 것의 처절함. 나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사랑했지만,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암시를 걸면서까지 적대시해야 하는 마음, 자신을 향한 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감사하면서도 냉정하게 뿌리쳐야하는 마음, 주군의 자유를 바라면서도 또한 속박의 대표자, 감시하는 자로서 남아야하는 충신의 마음... 미워하는 자를 죽이려던 칼날이 원하지 않게 사랑하는 자에게로 돌려졌을 때의 그 아픔, 그렇게 함께 죽어가면서 느꼈을 회한, 믿었던 자에게서 뻗어져 나온 비수, 그래서 믿었던 자에게 독을 내려야 하는 부담, 잔혹함, 믿는 자의 어미를 죽이리라고 결심할 때의 마음,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

어찌보면 이것은 인간관계를 통해, 관계를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는 드래곤라자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도 같다. 관계를 통해 자아가 형성되기때문에, 그 관계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인간. 그리고 그 관계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 하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하는 상황의 비극. 결전전야에서는 사천당문보다도 그러한 사유를 더 깊이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문무쌍영이 살아갈 수 있었을 때, 무가 탄 배를 향해 당군명이 뛰어들었을 때, 그들의 자유가 생겨났듯이 나또한 해방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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