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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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나는 이미 폐허의 도시를 감명깊게 읽었다. 그 안에 내비치는 공허와 삶에 대한 관조, 안나 볼룸의 치열한 삶 속에 묻어있는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까지... 폐허의 도시에선 의심해 보았던 것을, 빵굽는 타자기에서는 확신하게 되었다.

빵굽는 타자기는 폴오스터라는 작가의 회고록이다. 그는 부유하면서도 가난해서 삶에 찌들어 살면서도 언제나 공허했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 어느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어디로든 떠돌아다녔다. 그 떠도는 삶에서 얻어낸 기억들과 감성이 찬사받는 작가로 이끌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행복하다거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언제나 목마름을 느끼고, 언제나 떠돌아다니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가 되기 위한 공허인지, 아니면 그로 인해 작가밖에 택할 길이 없었던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나는 이글을 보면서 김윤아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100%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음악따위 때려치겠다.' 그녀또한 날카로운 공허를 통해 음악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폴 오스터도 백퍼센트 행복해질 수 있다면 작가따위 때려칠까? 빵굽는 타자기는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마음에 남는 글이었다. 폴오스터의 경험과 감성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 작가가 쓰는 다른 글들에 이 회고록이 타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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