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타 칼니스의 아이들 1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다고, 가상현실과 현실에 대한 생각이 재밌게 풀어져있다고 그래서 빌렸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액션같은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좀더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도 없이 칭얼거리는 주인공도 맘에 들지 않았고, 어설픈 음모론도, 황당하게 끝난 살인사건의 범인찾기도 맘에 들지 않았다.

인물들이 주인공외엔 너무 단순하게 이분화 되어 있는 것도 싫었다.주인공을 배신하거나, 주인공과 함께 싸우거나... 그런 주제에 가상현실과 현실의 조화가 소설의 궁극적인 주제라니... 그런 주제를 말하고 싶었다면 인물을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선 안됐다. 배신하는 자도 배신하는 자 나름이고, 함께 싸워주는 사람도 싸워주는 사람 나름이다.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나쁜 사람은 아무 이유없이 끝까지 나쁘구나... 마지막에 팔란티어의 배후인 선배가 원철을 회유하는 장면은 마왕이 용사를 처치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판타지 만화의 전형을 떠올리게 하기까지 했다.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 또한 결국,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 가상현실에서 희망을 본다면, 현실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의 소중함을 잃는다면 가상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맞는 말이다. 그말은 맞는데, 그말은 소설의 전체 줄거리나 분위기와는 따로 놀고 있다. 악당은 선천적으로 악당이었고, 천박한 여자는 선천적으로 천박했다. 세계는 배신과 배신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주인공과 그 일당만은 착하다. 뭐야, 이거... 헐리웃 영화야? 아니면 디즈니 만화야?

악인에게도 일말의 선은 존재하고, 선인에게도 욕망은 존재하며 세계의 것들은 한 자아가 판단내릴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는게 내 철학인지라... 사람들의 관계를, 세계와 자아간의 관계를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가상현실과 현실간의 관계를 논한다는 건... 좀 어불 성설인 것 같았다... 그래서 재밌게 보고나서도, 옥스타칼리스의 아이들을 좀 기분 나쁘게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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