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으로도 나와있고, 왠지 은하철도 999가 연상되어 친근하게 느껴졌다. 동화, 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작가가 일제시대 살았던 작가라는 것은 알지 못했기에 뒤의 작가 이력을 보고 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다. 그 시대는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의 평범한 사람이나 우리나라의 사람들에겐 끔찍한 시절이었다. 무모한 전쟁을 위하여 착출되는 것은 아마도 식민지 사람만이 아니었을테니까. 제국주의의 물결속에서 광기에 들떠있을 그 시대에서 이 사람은 어떤 꿈을 꾸었는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싶었을까... 나는 글을 통해서 그런 것을 보고 싶었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는 하나의 그림같다는 생각을 했다. 격정적인 그 시대와는 상관없이 산이 있고, 물이 있고, 풀이 있고, 짐승이 있고, 사람이 있는 그냥 그런 세계... 선문답을 하듯 난해한 언어로 자연의 미, 알 수 없는 작은 세계속의 현묘한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가 하면, 은하철도의 밤처럼 어린아이같은 환상을 통해, 삶과 죽음, 그속에 있을 어떤 진실을 생각해보려 한다. 쌍둥이별 이야기라든지, 다른 것들을 보면 동화답다는 생각도 들지만, 튤립의 환술이라든지 은하철도의 밤, 용과 시인 같은 것을 보면 이건 도저히 동화가 아니다, 동화라는 것이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어도 자격이 유지된다면야, 동화란 이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선문답같은 대화에, 삶과 죽음에 대한 은유와 고찰, 불교사상... 아 어렵다. 내 인생에 동화가 이렇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린애들은 읽기 싫어할 거다. 그림도 없고 내용도 어렵고....

하지만 아름답긴 하다. 은하철도의 밤 같은 경우에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답다. 번역한 것이고 중간에 원고가 없다면 당당하게 빼먹은 부분도 있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꿈속을 헤엄치는 것 같이 몽환적인 묘사, 새파란, 깊은 바다속처럼 일렁이는 밤하늘에 은빛 모래처럼 흐르는 은하수를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글귀들은, 미야자와 겐지는 어쩌면 동화작가라기보다 시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글들은 현대에 와서까지 다시 읽혀지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읽고나서 멍하니 그 꿈결같은 여운을 음미할 수 있는 글을 원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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