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특파원으로 어떤 도시에 파견되었다가 행방불명된 오빠를 찾기 위해 온 어떤 여성이 쓴 편지가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이다. 나는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어서 빌렸던 것에 지나지 않지만, 기억 속에는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른채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이곳, 폐허의 도시에 도착하게 된 안나 볼룸은 놀란다. 그리고 오바를 찾아다니지만, 별 소득은 거두지도 못하고 결국 그도 이곳의 생활에 물들고 만다.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항구와 도로는 모두 폐쇄되고 도시는 고립된다. 거리에는 쓰레기와 노숙자 시체가 넘쳐나고, 건물들은 매시간마다 계속 무너져내린다. 낡을대로 낡았지만 아무도 보수하지 못하는, 아니 보수할 생각을 안하는 아파트지만, 거기에 사는 이들을 부유한 것이다. 시체는 매장할 경우 범죄가 되고 모두 쓰레기와 함께 소각되어 거기서 만들어지는 매탄으로 그나마 석탄이나 석유를 대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기같은 것은 기대할 수도 없다. 땅이 쇠해서 야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시립매장에서만 음식을 구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점점 양이 줄어간다. 대부분의 사람은 폐허 속에서 쓸만한 것을 주워 파는 형식으로 살아간다. 그 폐허 안에는 사람도 포함되어 쓸만한 것을 지닌 사람은 곧잘 살해당하고 그 시체는 곧장 나체가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죽는 방법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환상만을 배도 곯으며 생각하고 이야기하다가 멍하니 죽어가는 무리들도 있고, 훈련으로 몸을 다진다음, 먹지않고 최대속력으로 죽을 때까지 달려서 죽는, 일명 죽음의 질주라고 불리는 무리들도 있다. 아니면 고독한 죽음을 택해서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돈을 좀 모은 사람은 안락사 전문 업체에 생애 최고의 쾌락을 맛보며 죽어갈 수 있도록 부탁하기도 한다. 아니면 암살자 업체에 자신의 죽음을 의뢰하고 스릴을, 죽음을 즐기며 살기도 한다.

모든 건물이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오늘 봤던 길이나 건물이 내일도 있을 것이라는, 어찌보면 평범한 사실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그처럼 죽음을 당연히 여기고, 오히려 삶보다 죽음을 바라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삶은 죽기위한 수단인 것 같을 정도다. 하지만 그중에도 살아가고자 하고 사랑하고자하는 사람이 있다, 끔찍한 디스토피아지만, 그속에서도 절망하면서도 사랑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이 쇄락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는 도시에 물들어 있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래도 그 폐허를 벗어나 어디론가 떠날 것이라고, 다시 편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약속하는 마지막을 보며 희망을 걸고 싶다.

가끔,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 TV에서 떠들석하게 회자되었다가 금새 사라지는 그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나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지금은 가끔 나도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만, 지금도 나는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쨌거나 자살이란 것에는 나는 찬성하지 않는편이다. 삶이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그안에는 사랑도 있고, 희망도 있고, 우정도 있다. 폐허의 도시속에서도 인간은 살아간다. 끔찍하지만... 더없이 비참하지만 어쨌든 그들도 살아간다. 죽으려 하는 이도 있지만, 살아가려 하는 이도 있다. 사랑할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 폐허 속에서도... 물론 뜻하지 않은 불운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살아가야만 겪을 수 있는 특전이다.

끔찍한 디스토피아이기에, 오히려 살아가고자하는 자들은, 포기하지 않는 자들은 눈이 부시다. 옮긴이는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인간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사회를 빗댔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좀 다르게 읽은 것 같다. 절망보다도, 나는 희망을 찾았다.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기 보다 내일의 할일을 생각하며 힘을 내는, 그런 희망... 실낱같은, 살아가기 위한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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