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바람 어스시 전집 6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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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슨 일단 별 다섯개 주고 본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감상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가슴 벅찬 무언가가 있다. 노인의 시각에서 변해가는 세상을 관조하는 글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막으려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변화에 발을 담구고 받아들이려 하는, 또 다른 바람을 타고자 하는 이야기.

제대로 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는 아마 이것뿐이지 않을까. 노인의 전쟁도 노인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노인이 노인이 아닌 세상 이야기이고(응?). 이렇게까지 삶의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력함을 맛보며, 숨가쁘게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류학적인 느낌이랄까... 새의 시선 같은 느낌으로 조망하는 글을 보게 되는 것은 아마 어슐러 르귄에게서밖에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테하누는 날아올랐다. 테나는 이별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에 눈물을 흘리고, 게드는 스승의 집에 남아 일상을 꾸려간다. 우리 귀여운 레반넨은... 이 자식 그 순진하고 귀여웠던 소년이 능글맞은 바람둥이+정치가가 되었어!! 버럭! 했다가 서쪽 나라 공주와 테나 앞에서 보이는 그 순진한 모습에 흠흠, 웃어주었다.

신화적인 상징, 변화, 거대한 이야기가 개개인의 성장과 사랑, 감정과 변화에 뒤섞여 흐른다. 테하누 개인의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세계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테나와 게드, 로크섬의 마법사들의 모습을 통해 기존 세계와 변화의 갈등을 보여주는 걸 보면 개인이 곧 역사의 주체임을, 하나하나의 사람들이 곧 역사와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 헤인 시리즈나 어스시 시리즈나 세계의 변화와 개인의 선택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역사가가 과거의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같아서.. 그러니까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관조하게 되는 그런 시선 같아서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바람을 타고 날 용들, 또 다른 바람을 맞이한 인간들... 용들뿐만 아니라 인간 또한 변화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어스시 시리즈 전체가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야 깨닫는다. 그래, 그렇지. 나는 생각한다. 변화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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