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이야기들 어스시 전집 5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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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에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에, 어스시의 세계는 점점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로크의 학당이 생긴 이야기, 어둠과 황폐와 폭력이 가득한 시대에 손의 여자들이 만든 넓은 공동체망은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배울 바가 분명히 있다. 운동권에서 맨날 연대, 연대 하는데, 진정한 연대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물론 누군가와는 의견이 갈리고, 싸우고, 느슨해지고, 흩어지게 되고 변질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변질된 것이 훗날에는 진정한 규약으로 여겨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함으로써 그 연대는 오히려 생명을 얻게 된다. 용의 여자가 로크의 언덕 위에서 날아올라 새 시대가 열렸음을 고한 것처럼. 오랜 세월을 건너 뛰어 게드와 테나가 함께 손을 맞잡은 것처럼.

어둡고 음습하고 작은, 차마 마법이라 불리지도 못할 마술만 부리는 마녀들과 동네 마술사들, 로크에서 뛰어나온 이들에게도 나름의 규칙이 있고 그들의 삶이 있고 긍지가 있다. 그들에게도 진리, 참 이름은 뿌리박혀 있다. 소소한 일상들, 양을 치고 사랑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즐기는 그 삶의 수레바퀴속에서, 세계는 변화하고 나아간다.

거대한 세계의 변화를 그리는 한편, 소소한 사랑이야기이며 양이며 닭을 치고 소를 돌보고 염소를 키우는 마법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등장해서 그 모든 것이 동등한 의미를 갖는 것임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 역시 어슐러 르귄다운 솜씨라고 생각했다. 오지언의 무뚝뚝함과 그에 반하는 스승의 수더분함도 사랑스럽고, 마녀와 사랑에 빠진 얼치기 음유시인 마술사도 사랑스럽고, 게드가 만난 소환술사와 과부 여인도 사랑스러웠다.

신화와 변화와 풍속과 일상이 너무나 생생하고 깊이있게 표현되었다. 정말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풍부하고 깊이 있는 세계관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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