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상)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취직했다. 이전까지 암울한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암울한 날들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오랜만에 포스팅 게시.
취직하기 얼마전에 안되는 논문을 계속 붙들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때려치고 취직을 준비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을 좀 했었다. 그 기간은 책도 안 읽고 멍하니 앉아있거나 무의미한 웹서핑만 주구장창하거나 어쨌거나 갈피를 못잡는 나날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에잇, 때려치자 하고 취직준비를 하기로 한 날부터 마음이 편해졌는지 오랜만에 정독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오고, 가게에서 주운, 조금은 값이 나갈 거 같은 기타로 인터넷보면서 연습도 해보고 영어공부도 해보고 그랬다. 그 와중에 신들의 전쟁을 읽은 것이다! 1년전부터, 나온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도 줄곧 보고 싶었던 그 책! 멋진 징조들, 네버웨어 모두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절찬을 받은 신들의 전쟁(원제는 아메리칸 갓즈)은 더 재밌게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정독에서 상권을 발견하자마자 하권을 검색, 서가에는 없지만 아무도 빌려간 인간이 없다는 걸 알고 무료해하던 사서님을 닦달하여 둘다 빌리고야 말았다. 덤으로 테하누도 다시 빌렸다.

그러니까 어쩌다보니 그날 빌린 책은 전부다 황금가지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빌려놓고 거의 바로 취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이 미친듯이 바쁘다.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건 아니지만(어차피 생초짜라 그렇게 시키지도 않고) 토, 일 출근도 불사해야할 정도로 미친 듯이 바쁘다. 당장이야 앞으로도 내내 이런 건 아니겠지 하는 불길한 마음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취직의 기쁨이 가뿐히 내리누르고 있고... 조그마한 불만이 있다면 책 읽을 시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 신들의 전쟁은 볼륨도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일주일동안 짧은 거리를 오고가며 다 읽었다.오오 진짜 재밌었다. 나는 신화나 전설을 정말정말정말 좋아한다. 환상적이어서라기보다는 그러한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조차 우리 인간들의 삶 속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상상된 것이고 세계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신화나 전설은 인간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학과를 선택한 것도 신화나 전설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분해하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었는데 뭐... 거의... orz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섀도가 만나는 각종 신화적인 일들, 신과 요정과 괴물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는 다분히 미국적이다. 아니 미국적일 수밖에 없다. 그 신들은 미국 이민자들이며 원주민의 신앙에서 태어난 이들이기 때문에. 알고보면 ㅇㅇㅇ와 ㅇㅇㅇ의 야바위였기에 진짜 신들이 벌이는 스펙타클한 전쟁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 맥이 빠질 수도 있지만 신화나 역사, 인류학 따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뒤엉킨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미국이라는 사회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혹은 막 감옥에서 가석방 됐는데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내가 불륜 저지르다 죽어버리고 X나 빌빌대던 주인공이, 나중에는 신하고도 맞짱뜨는(응?) 먼치킨이 되는 가슴 따땃한 성장소설이 보고 싶다면 읽어보시라.  

PS1.
신들의 전쟁은 원서 자체의 의도적인 농담들 때문에 번역하기가 진짜 어려웠을 듯. 주석 읽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그런데 테하누는 이번이 몇쇄째인데 아직도 오타가 그렇게 많냐, 황금가지정도면 좀 잘 해야 할 텐데. 그렇지만 오타 따위도 감출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젠장. 테나 아줌마 최고! 게드 아저씨 최고! 중년의 사랑이 이렇게 귀엽고 처연하고 아무튼 ... 아! 칼레신도 너무 좋아. 

PS2.
신들의 전쟁.. 믿음에서 탄생해 믿음을 먹고 사는 신들의 한판 버라이어티... 어라? 이건 미국판 요마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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