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해서 도저히 정독해 읽을 자신이 생기지 않던 책. 꽤 초기작인 모양인데 이유나 모방범의 느낌이 있다. 특히 모방범. 범죄가 벌어지고 그 범인을 잡으면 모두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 있다. 범죄를 겪으며 깨져나가는 일상과 변화하는 심리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다. 정당방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당한 복수라고 할지라도 살의를 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는 그 순간, 사람은 변화하고 마는가보다. 특히 선한 보통 사람일수록 그건 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스나크를 사냥하는 사람은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새삼 느끼는 거지만, 의외로 미미여사는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인 듯. 물론 사회파 소설을 쓰는 사람이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그리는 악인은 돌이킬 수 없는 존재이다. 절대적이며 이해 불가능한 데다가 전염성까지 있는 괴물이다. 선인은 그 악인의 악에 대항하여 싸우지만, 싸우는 와중에 어느새 악에 전염되어 있기 쉽상이다. 이제까지 읽은 글들에서는 그래도 선하고 소박한 소시민들이 자신의 포지션을 잃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우울해지고 말았다.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그저 이기적이고 잔혹할 따름인 범죄에 직면하면, 사람은 변질되고 만다. 미움이 덧씌워지고 일그러지고 망가져서 예전의 선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나쁜 놈이 죽었다 하더라도 그 악은 마음에 남아 얼룩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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