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숙명보다는 연작집인 종신검시관 쪽이 훨씬 내 취향. 트릭이나 비밀 따위를 중시하기보다는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죽음들, 그리고 그 죽음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삶의 흔적들을 짧은 글들 안에서 세밀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구라이시씨는 솔직히 현실에 있다면 공적으로는 몰라도 사적으로는 절대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성격의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가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마지막 편은 뭐랄까 드디어 중매까지 나섰냐 싶은 마음에 가슴이 찡.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죽음을 파헤치며 삶의 존엄성을 복권해낸다. 일본 특유의 '무뚝뚝한 장인' 이미지는 조금 뻔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일에 묵묵히 몰두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달까. 죽음을 맞이해서야 발견하게 되는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구라이시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발굴해서 모두다 포용한다. 그저 '전문가'로서의 모습만 보이기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죽음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타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사라진 이틀도 봐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