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que 판타스틱 2007.11 - Vol.7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 어머 판타스틱해~ 라고 하기엔 2%정도 부족하긴 하지만 이런 잡지자체가 드물다는 점에서는 정말 잘 해나가는 중이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몇몇 자주 들르던 블로그에서 한 호에 끝나지 않는 장편 및 중편들(만화든 소설이든)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글들을 봤다. 그렇지만 잡지는 원래 '연재'라는 맛으로 보는 게 아니던가. 단편집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중편이나 장편의 연재는 환영할만 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말해봤자 별 의미는 없지만...

어슐러 르귄이 쓴 기의 비행은 민속학적이랄지 인류학적인 그 느낌이 잘 살아나있다. SF랄지 판타지랄지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진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만나 관찰하여 쓴 듯한 생생함이 좋았다. 르귄이 '신화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렇게 있을 수도 있지만 없는 민족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또 좋았다. 내가 세계관 설정하는 걸 좋아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좀더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들의 법칙을 만들어가다보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될 거라는 그런 것.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있고, 그 중 일부만 관찰하고 서술하는 듯한 생생함, 깊이. 아무튼 즐거운 단편이다.

특집기사와 기타 기사들은 여전히 기운이 나질 않는다. 도시괴담은 익숙해. 그에 대한 정신분석도 그다지 새롭지 않고, 음... 역시 2% 부족하다. 소재는 참 좋은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도시괴담에 관한 추리단편.. 난 좋다. 이게 무슨 추리잡지냐! 맨날 추리만 나오냐! 이러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아, 나는 추리소설도 좋아한단 말야. 게다가 추리이긴 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이 호러가 아닌가. 또 하나의 도시괴담이 탄생한 셈이니. 이름이 노리즈키 린타로... 였던가? 관련 작품을 본 적이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다. 간략하고 날카로운 소품이었다.

아, 권교정의 디오티마. 중간부터 연재가 되어 아쉽긴 하다. 그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여전히 가슴을 긁는 어떤 안타까움이 한 컷 한 컷 배어있다.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덧붙이자면 바쁘신 건 알지만 연재분량을 조금더 늘리시는 건 어떨까? 내용 이해하기가 힘든데.

고등어아빠! 고등어아빠는 어디선가 읽은 건데.. 워터가이드 프로젝트할 때 1호에서 '비오는 날 항구의 술집'을 주제로 했을 때 봤던 건지 아니면 혹 거울에서 읽은 건지도 모르겠다. 고등어의 번들번들한 느낌이 좋았다. 무의미한 듯 하지만 무의미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쩌라고?! 라는 느낌이 드는 게 오히려 좋았달지. 뭐랄지.

오늘의 깜짝 손님은 바로... 는 생각보다 그저그랬달지... 으음. 모르겠다. 약간 밍숭한 느낌이 포인트일까. 마술쇼의 묘사가 잘 이해가 안됐으니까. 지하철에서 읽으면 그런 점이 안 좋다. 몰입해서 읽기가 힘들기 때문에 곧잘 밍숭맹숭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강렬한 느낌이 필요해.

그치만 기나긴 순간은 좋다.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잘려 기억을 잃은 듯한 사내..라니! 그냥 좋다. 이유불문 좋다. 나도 모르겠다.

신정아사건은 도대체 왜 나온 거냐. 정 쓰고 싶다면 신정아 사건을 스릴러 문법으로 그려냈더라면 차라리 이 잡지에 어울리는 좋은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안그래도 신정아 사건 보면서 스릴러 하나 나오겠다고 생각했거든.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신정아라는 사람의 일생이 신기하고, 또 소름끼치는 건 사실이니까. 어디서부터 그렇게 잘못된 걸까.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오게 되는 일이었으니까. 평범하게, 그리고 제법 우수했을 법한 여자가 어디선가 비뚤어져버렸다. 애초에 어딘가 이상했던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거짓으로 삶을 쌓아올리기 시작한다. 거짓으로 온 몸을 두르고, 거짓으로 탑을 쌓아가는 모습이 섬뜩하지 않는가. 진짜 소설로 쓰면 재밌겠다. 심리 묘사를 위주로 해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성의 악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기리오 나쓰오스럽기도 하고.

나머지 기사들은 기억에 조차 희미하다. 아 에반게리온 기사도 있었지. 에바를 안 좋아해서 그냥 통과. 역사속의 나그네도 통과. 리뷰들도 통과. 권일영 아저씨도 통과(한 마디 덧붙이자면, 난 왠만한 건 우리나라의 문화에 맞게 의역하는 걸 좋아한다. 맛을 살리겠다고 직역하는 건 미묘하잖아. 머리 굴리기 귀찮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 '직역'과 '의역'의 의미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다 통과하더라도.. 80%는 만족스러웠던 듯. 

잡지에서 한 80%만 건져도 수확률은 좋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나름 만선이니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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